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9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별도의 축하 메시지 대신 난(蘭)을 보내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중 윤 후보 등 야당 후보들에게 문 대통령 명의의 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후보들과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며 “다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난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난을 보내는 것 외에 별도의 축하 메시지을 내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선출된 직후 “민주당 당원으로서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26일엔 이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한 축하 메시지는 민주당 당원 자격으로 보낸 것으로, 국민의당 소속 윤 후보와는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며 “만약 윤 후보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할 경우 만남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먼저 초청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가 면담 요청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출범 직후 윤 후보를 검찰총장으로 파격 임명하며 이어온 두 사람의 5년 인연은 별도의 메시지 없는 형식적인 난 전달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후보와 이러한 ‘불편한 이별’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스스로 임명한 검찰총장이 제1야당 대선 후보에 오른 상황을 축하하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4년여간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관계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적폐청산’을 제1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은 당선 열흘만에 윤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2년만에 검찰총장으로 직행했고,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그를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호칭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검찰총장이 된 후 조국ㆍ추미애ㆍ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다 지난 3월 결국 스스로 사퇴했고, 결국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