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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찾아야” vs “고생 물거품 될 수도”…혼돈의 위드 코로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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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02면

위드 코로나 일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2000명대를 기록한 5일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2000명대를 기록한 5일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가 늘면 또 언제 방역지침이 강화될지 모른다며 계도기간을 이용해 이번 주말 클럽에 가자는 친구들도 있다. 위드 코로나와 동시에 말 그대로 아노미 상황이다.”

단계적으로 일상을 찾아가기 위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회식과 동창 모임 등 저녁 모임에 벌써 3번이나 참석했다는 30대 직장인 김상진(가명)씨의 걱정이다. 아노미(Anomie)는 법과 신뢰가 흔들리는 사회적 불안정 상태를 말한다. 백신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가 둔 계도기간에 곳곳에서 일탈이 벌어지고 있다.

20대 남성 박모씨는 최근 유흥업소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오는 7일까진 백신 미접종자도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계도기간에 방역 조치를 위반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악용한 호객 행위이다. 박씨는 “지난 2년여 동안 모임을 자제했는데 핼러윈 뉴스 보니 나 빼고 다 놀러 가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2년 만에 ‘비대면’에서 벗어난 대학생들도 들떠 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코로나 때문에 보류했던 동아리 활동, 미팅, 클럽 가기 등의 대학생활 ‘버킷리스트’를 드디어 하나씩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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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5일 0시 기준 2344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138명이 줄었으나 1주일 전(2124명)보다는 늘었다. 확진자 수는 지난 7월 7일 1211명을 기록한 이후 122일 연속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신규 확진자 증가로 중증환자 전담 병상이 빠르게 차고 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 1111개 가운데 현재 540개 병상이 찬 상태다. 가동률 48.6%(4일 오후 5시 기준)다. 사흘 전엔 45.9%였다. 하루 평균 0.9%포인트씩 상승한 셈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29일 후쯤 전국의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이 75%에 달할 수 있다. 정부는 ‘가동률 75% 이상’을 국내 의료대응 체계의 한계상황으로 보고 이 선에 도달할 경우 ‘서킷 브레이커(비상계획)’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수 주간 다중이용시설 내 백신 패스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영업시간 제한도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체계 전환 이후 신규 확진자보단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중시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위중증 환자 수 등의 선행지표인 만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는 지적(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나온다. 최근 한 주간(10월 30일~11월 5일)의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2115명으로 그 전주(10월 23~29일) 1630명보다 29.7% 증가했다. 신규 환자의 연령대를 보면 60대와 30대, 10대의 발생비율이 높다. 60대·30대는 돌파감염, 10대는 백신 미접종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60대는 우선 접종대상자라 항체가 떨어진 상태고, 30대는 돌파감염에 취약한 얀센 백신을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맞았다. 의료계에서 부스터샷 확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달부터 위탁의료기관은 주 3일 요일제 접종으로 바뀌고, 예방접종센터는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등 인프라가 줄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혼란으로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고3 자녀를 둔 신모씨는 “수능 2주가량 남은 시점에서 행여 코로나에 걸릴까봐 살얼음판 걷는 기분인데 방역이 느슨해져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이 물거품 될까 우려도 나온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사이자 클럽문화개선협회장인 임동욱(38)씨는 “얼른 일상으로 회복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업주나 관계자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이태원은 지난해 클럽발 집단감염이라는 뼈아픈 일을 겪지 않았나”고 말했다. 헬스장·탁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이용권 환불·연장 등을 감안해 오는 14일까지 2주간은 벌칙 없이 영업할 수 있다. 박주형 대한실내체육시설연합회 대변인은 “백신 패스로 영향을 받는 미접종자 회원 비율이 평균 15%”라며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회원권 환불금으로 수천만 원씩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7000명에 달하는 상황에까지 대응하기 위해 이날 병상동원 행정명령을 내렸다.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4주 안에 402개의 준중증 환자 치료병상 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준중증 병상은 상태가 호전된 중환자를 치료한다. 그럼 그만큼 중환자 전담 병상 확보가 가능하다. 또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치료 역시 준중증 병상이 담당한다. 중환자 전담병상도 추가로 늘릴 방침이다. 이창준 중수본환자병상관리반장은 “수도권 내 (254개의) 중환자 전담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려 예비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안정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환자 병상 확보보다 ‘부스터샷’(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접종) 속도를 높여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80대 이상 환자 중 미접종군의 경우 중증화율이 24.3%이나 완전 접종군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60대도 비슷하다. 하지만 60대 이상 고위험군 중 미접종자는 90만명이 넘는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 자원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코로나 중증환자 병상만 늘릴 경우 암이나 다른 중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부스터샷을 신속히 실시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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