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의 시선

"대선 아재들 잔치" 2030에 선거 때만 매달려서야

중앙일보

입력 2021.11.05 00:22

업데이트 2021.11.05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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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 앞을 지나는 모습.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 앞을 지나는 모습. [뉴스1]

과거 선거에선 40대가 캐스팅보터였다. 1970년대 태어나 9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환호하고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시위’를 겪었으며, 탄핵 촛불 집회에 호응했다. 40대는 지난 4월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 때 이탈하긴 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2030세대는 상당 기간 40대에 동조하는 투표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선 여론조사에선 딴판이다. 40대와 결별했고, 최대 스윙보터로 부상했다.

 20대 이하 무당층이 44%인 현실

 매주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는 한국갤럽의 10월 종합 분석에 따르면 전체 무당층은 23%다. 연령별로는 만18~29세의 무당층이 44%나 된다. 30대가 26%일 뿐, 40대 이상은 모두 10%대다. 20대 남성(39%)보다 20대 여성의 무당층은 응답자의 절반이나 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대선에서 이기려면 누구를 공략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젊은층과 만나는 일정을 잡고 있다. 젊은이가 모이는 거리나 행사장을 찾아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 하지만 이런다고 2030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젊은층 자체가 한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별·연령별로 이해관계 다양해

 2018년 촉발한 ‘젠더 갈등’ 이후 20대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이대남’과 ‘이대녀’는 같은 세대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4·7 재보궐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 44%,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40.9%였다. 반면 20대 이하 남성은 72.5%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한국갤럽의 10월 분석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대 이하 남성에서 16%였지만 20대 이하 여성에선 3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같은 20대 남성이라도 나이에 따라 생각에 차이가 난다. 리서치뷰가 2019년 19~39세 500명을 상대로 ‘청년세대 성 갈등 완화정책’에 대해 조사했다. 여성가족부의 대처에 ‘불만족’을 고른 비율이 20대 초반 남성(73.7%)보다 20대 후반 남성(90.6%)에서 더 높았다. 주로 대학생인 20대 초반에 비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인 20대 후반은 비정규직이나 군 복무 가산점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대 초반은 공정 이슈에 20대 후반보다 더 민감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여론조사만 놓고 ‘이대남’이 보수화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0대를 필두로 한 젊은층은 40대 이상보다 진영 논리가 약하며, 성별이나 세부 연령별로 이슈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 온라인에서 서로 적대시하는 용어를 공공연하게 쓰는 이대남과 이대녀는 한쪽을 공략하려고 정책을 꺼내 들면 다른 한쪽이 분노하기 쉽다.

 청년 정치인 육성은 구호에 그쳐

 파편화된 2030의 민심은 정당들이 선거 때만 매달린다고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0대 이상과 달리 사회경제 여건이 열악하다고 느끼면서 젠더 갈등까지 겪는 이들의 목소리를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4·15 총선 당선자 중 30세 미만은 한 명도 없었고, 30대도 6명에 그쳤다. 성별이나 상황별로 다른 2030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인이 국회에 있어야 하고, 젊은 정치인을 키워내는 구조를 각 정당이 갖춰야 한다.

 자신들이 왜 무당층으로 남아 있는지, 날마다 뉴스를 뒤덮는 대선 후보들에게 왜 거리감을 느끼는지 젊은이들의 육성을 전한다. 젊은이들과 사진 찍으러 다니지 말고 후보와 정당이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다.

 “지금 대선도 아재들 잔치 아니에요? 20년이 지나도 나랑 비슷한 나잇대의 정치인은 안 나올 것 같아요. 젊은 여성 정치인이 등장하니 엉뚱한 것으로 시비나 걸잖아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도 ‘새파랗게 어리면서…’ 이런 반응이지 않았나요?”
 “선거 때마다 우리가 관심 있는 주제에 주목하는 정치인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뽑을 사람이 없다는 정치 무관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죠. 연령대만이 아니라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각종 직업군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정치권에 등장해야 합니다.”
 “솔직히 정치인들 하는 것 보면 자기들 목숨은 안 걸고 2030 목숨을 건 ‘오징어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승자가 되면 대통령~, 이런 느낌이랄까요.”
 “집에서도 부모님과 가치관이 달라 싸우는데 거대 정당 유력 후보들은 거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은 남성들뿐이에요. 20대인 내가 보기에 정치판은 여전히 물이 매우 고여 있습니다.”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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