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돈줄 죈다는 데도…금융시장 '긴축 발작'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은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돈 풀기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도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7.51포인트(0.25%) 상승한 2983.2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7.51포인트(0.25%) 상승한 2983.2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불확실성 해소로 시장 안정적"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25%(7.51포인트) 오른 2983.22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3300억원)과 기관(3100억원)의 '사자'에 장중 한때 3010선을 넘었지만, 개인 투자자(6500억원)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 폭이 줄었다.

일본 닛케이(0.93%), 중국 상하이(0.8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전날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지수가 모두 오르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우려했던 외환과 채권시장은 안정을 찾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0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182.6원을 기록했다. 전날(-7.2원)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40%로, 전날보다 0.004%포인트 올랐다. 소폭 상승했지만 급등세는 진정된 모습이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내렸다.

미국의 테이퍼링은 시장에 악재로 여겨졌다. 시중에 풀었던 돈이 줄면서 미국 금리가 오르게 되고, 신흥국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져서다. 그런데도 금융시장 반응이 차분했던 것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착륙을 시도한 덕이다.

그동안 사전 신호를 충분히 줘 시장은 테이퍼링 돌입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시기와 규모도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Fed는 이달과 다음 달 자산 매입 규모를 150억 달러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촉각을 곤두세웠던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선 한 발 뺐다. 파월은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인내할 필요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테이퍼링 시작, 금리 인상은 아직'이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며 "통화정책과 관련해 걱정을 키웠던 재료가 사라지며 증시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

"코스피 반전 기대하긴 어려워"

일단 한시름 놓긴 했지만,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잡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막상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시장이 주춤해질 수 있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방향성이 바뀐 것도 아니어서다. 공급망 병목현상과 원자재 가격·임금 인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에 따른 국내외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코스피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 수준에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Fed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스탠스는 약세장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할 뿐,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달러 강세를 뒷받침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환율 상승)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연내 원화가치가 달러당 1200원까지 떨어질(환율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