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문 대통령, 원전 없이 탄소중립 불가하다는데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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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며 “이는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왔던 문 대통령이 해외 정상과 만나 원전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아데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2050 탄소중립’ 목표와 관련해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결과와 2050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며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을 기조로 하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동 의향”을 보였다고 밝힌 아데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 중에는 아예 ‘원전’에 대한 언급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아데르 대통령은 양국의 언론을 앞에 두고 원전의 필요성에 문 대통령도 공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데르 대통령은 “한국과 헝가리의 공통된 부분은 기후변화에 대해선 두 가지”라고 했다. 그는 먼저 “원전 없이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양국이 공감했음을 밝혔다. 아데르 대통령은 이어 “원전 외에 한국은 풍력, 헝가리는 태양력 에너지 기반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할 것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원전을 병행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데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목표가 같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아데르 대통령과 원전 정책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현재 문 대통령은 급격한 석탄 발전 폐지와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 등에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급격한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최근 원전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당장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줄여야 한다. 기존 목표보다 무려 14%포인트나 올린 수치다.

문 대통령은 이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헝가리와 미래 유망 산업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오늘 아데르 대통령과 나는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분야별 실질 협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정상은 지난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사상 최대의 교역액을 기록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며 “양국의 경제 협력을 더 강화하기로 했으며,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유망 산업에서 양국의 교역이 확대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협력을 더욱 긴밀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헝가리의 수준 높은 과학기술과 한국 응용과학의 강점을 접목하면 시너지가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헝가리는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89년 동구권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정식수교를 맺었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2001년 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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