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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축구도사' 이청용 "대표팀 은퇴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선두로 이끌고 있는 주장 이청용. [사진 울산 현대]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선두로 이끌고 있는 주장 이청용. [사진 울산 현대]

“축구 도사요? 너무 축구를 오래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나요.”

원더골 이어 '순두부 트래핑' 화제 #후반 5~10분만 뛰어도 이기면 만족 #경쟁에 밀려 벤투호 차출 안됐을 뿐 #졸전 이라크전, 감독 교체 답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를 선두로 이끌고 있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33)이 지난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청용은 지난달 22일 수원 삼성전에서 양발로 ‘원더골’을 터트렸다. 지난달 29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후반 18분에는 이동경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청용이 높이 뜬 공을 발등으로 부드럽게 트래핑한 뒤 상대 2명 사이로 볼을 빼내 패스를 내줬다. 팬들은 ‘순두부 트래핑’이라고 표현했다. 이청용은 “많은 분들이 100% 의도한거냐고 물어보시는데, 발 밑에 잡아두려 했는데 상대 선수 2명이 달려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계 해설위원은 “축구 도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한 매체는 이청용에게 “라이언 긱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말년에 보인 모습”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청용은 “(2009년 볼턴에서 뛸 때) 긱스를 상대해 본 적이 있다. 당시 난 어렸고, 긱스는 선수 생활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긱스는 진짜 좋은 선수였고 영향력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청용은 올 시즌 울산에서 프리롤로 바코와 수시로 스위칭하며 최상의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넣어준다. 이청용은 “내가 어릴 때 형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을 때가 많았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동료에게 연결해주려 한다”고 했다.

올 시즌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 때문에 이청용은 후반 교체출전이 많았다. 하지만 이청용은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은 없다. 후반에 5~10분만 뛰더라도 팀이 이기면 만족한다. 홍명보 감독님과 신뢰가 강하다. 어린 선수들이 뛰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고 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선두로 이끌고 있는 주장 이청용(왼쪽 둘째). [사진 울산 현대]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선두로 이끌고 있는 주장 이청용(왼쪽 둘째). [사진 울산 현대]

올 시즌 울산 주장을 맡은 이청용은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 남는 주장이 (박)지성이 형이었다. 대표팀 시절 형이 후배들과 코치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줬다. 난 지성이 형 만큼은 못하고 있지만, 선수들 입장을 감독님에게 전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은 박지성이 어드바이저를 맡은 전북 현대와 ‘우승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청용은 “‘너무 쫓아 오는거 아니야’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지성이 형이 ‘너희가 잘해서 우리 팀이 쫓아가는 거야’라고 하더라. 전북이 ‘우리 팀’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우리 팀’이었다고”라며 웃었다.

축구대표팀이 2일 졸전 끝에 이라크와 비기자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건 경기를 풀어줄 이청용’이란 댓글이 달렸다. A매치 89경기에 출전한 이청용은 작년 10월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무릎 부상으로 제외된 게 마지막이다. 기성용(32·서울)과 구자철(32·알코르)은 2019년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2019년 3월 볼리비아전에서 헤딩골을 터트린 이청용. [연합뉴스]

2019년 3월 볼리비아전에서 헤딩골을 터트린 이청용. [연합뉴스]

이청용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부상 기간을 빼고 꾸준히 대표팀에 차출됐지만, 2018년 월드컵을 나가지 못했다. 은퇴라는 단어는 꾸준히 뽑히다가 물러날 때 쓰는 게 맞다. 난 지금 (경쟁에서) 밀려서 한 발 뒤에 있는 거다. 이렇게 차출이 안된다면 자연스러운 은퇴인 거다”면서도 “(박)지성이 형과 (이)영표 형이 2011년 대표팀에서 은퇴할 때 미웠다. 후배들이 스스로 이겨내는 게 맞지만, 믿고 의지하던 형들이 한순간에 은퇴해버리니 대표팀이 흔들리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만약 후배들이 내가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판 목소리에 대해 이청용은 “이라크전만 보면 질타를 받아도 되는 경기지만, 한 경기에 벌써 감독 교체 여론이 나온다. 또 반복이다. 2014년과 18년에도 그랬다. 만일 이번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을 교체한다면 축구협회에 크게 실망할 것 같다. 월드컵을 목표로 감독을 선임했으면 끝까지 믿고 가야 한다. 다른 감독이 오면 새로운 팀을 만들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감독 교체만이 답은 아니다”고 소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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