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매장선 공기만 판다"…품귀현상에 중고가 2배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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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자/기업평판 롤렉스

24일자/기업평판 롤렉스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위기)에 진입한 것 같다.”

스위스 명품시계 ‘롤렉스’의 계속된 품귀 현상을 두고 이런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과 고질적인 공급 차질로 신규 물량이 줄어든 반면, 롤렉스를 비롯한 스위스 명품 시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4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올해 스위스 명품시계 전반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FHS에 따르면 지난 7월 스위스산 명품 시계의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 7.6%가 늘었다. 이 기간에 중국 내 매출은 무려 75% 뛰었으며, 미국 내 매출도 48.5%가 증가했다.

반면 롤렉스의 생산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데다, 생산량이 좀처럼 늘지 않는 공급 차질 문제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온라인 시계 소매업체 ‘밥스와치’의 최고경영자(CEO) 폴 알티에리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몇 달 동안 중단되며 상황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그 이전부터 공급 문제는 있었다”며 “(롤렉스에 대한) 국제 수요는 5년간 꾸준히 늘었지만, 그동안 공급은 (변동없이) 유지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한국에서도 롤렉스 제품 구매가 어려워지며 “롤렉스 매장에선 공기만 판다”는 말이 회자했다. 일부 인기 모델은 국내 중고시장에서 소매가의 두 배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5일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에 인기 제품의 모습이 나열돼있다. [사진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5일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에 인기 제품의 모습이 나열돼있다. [사진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품귀 현상으로 롤렉스 중고 가격이 크게 오른 곳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중고시장이 커지면서 롤렉스를 어렵게 구한 소비자들이 두세배의 웃돈을 얹어 중고시장에 내놓는 ‘리셀링(re-selling)’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을 '퍼펙트 스톰'에 빗대는 시각도 등장했다.

시계 전문매체 ‘윈드 빈티지’를 발행하는 에릭 윈드는 “이전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시계를 살 방법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롤렉스의 인기 제품인 ‘데이토나’와 ‘서브마리너’를 구매가보다 몇천 달러를 얹어서 팔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퍼펙트 스톰”이라고 평가했다.

롤렉스 측이 생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인기 제품의 품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계 전문 블로그인 ‘어블로그와치’를 설립한 아리엘 아담스는 “롤렉스 측에서 수요에 맞춰 인기 모델의 생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공급 과잉으로 인기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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