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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윤의 퍼스펙티브

방역인력 2000명 더 늘리면 10월 초 ‘위드 코로나’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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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코로나19와 공존’ 시대 열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결혼식장 참석 인원은 49명으로 제한되고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술집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3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있다.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결혼식장 참석 인원은 49명으로 제한되고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술집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3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있다. [뉴시스]

이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19와의 공존)로 가야 한다. 델타 변이로 집단면역은 불가능해졌고 지금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한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많은 국민과 전문가가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면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는 방역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역 전략이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외에 마스크 쓰기와 같은 개인 방역, 확진 검사와 접촉자 격리, 감염 환자 치료라는 효과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다. 피해는 크고 효과는 별로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무기를 내려놓는 대신 다른 무기를 더 잘 쓰자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정말로 ‘굵고 짧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위드 코로나로 간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이는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지만,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환기가 잘되는 실내 공간에서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식당과 술집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은 없어지고, 4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제한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유흥주점처럼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식당이나 술집을 이용하려면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명이 있거나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증명을 제시해야 한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가기 위해서도 백신 접종 증명이 있어야 할 수도 있다.

집단면역 불가능한 가운데 거리두기에 의존하는 방역은 한계
50대 이상 접종 마치는 10월 초 ‘위드 코로나’ 전환 시작해야
구체적 로드맵 필수, 보건소 인력 확충하면 코로나 통제 가능
전환 과정서 확진자 늘어도 국민이 수용하려면 동의 필요

일상으로 복귀한 영국·싱가포르

위드 코로나로 연착륙하려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 17일 ‘자유의 날’을 선언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영국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하기 위한 4단계 로드맵을 마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왔다. 싱가포르 역시 4단계 로드맵을 만들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복귀를 시작했다. 우리도 50대 이상의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완료되는 10월 초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영국이나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단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데 적어도 4~6개월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정부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생활방역위원회 같은 형식적인 위원회가 아니라 전문가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체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전문가와 관료가 함께 협력해야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효과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도 갑자기 완화하면 반작용으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단계별로 확진자가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고 그를 바탕으로 확진 검사와 접촉자 격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지,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상과 인력을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필요하다.

둘째, 보건소 방역 인력을 크게 늘려 n차 감염을 막는 것이다. 현재 전체 확진자 3명 중 1명만 접촉자로 격리된 사람에게서 확진되고 있다. 격리되지 않은 나머지 2명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접촉자로 격리된 사람에게서 확진되는 비율이 전체 확진자 2명 중 1명꼴로 늘어난다면 현재 2000명 수준인 확진자 수를 거리두기 1단계 수준인 300명대로 감소시킬 수 있다(서울대 의대 연구 결과). 보건소 방역 인력을 2000명만 늘리면 지금보다 훨씬 신속하고 철저한 역학 조사를 통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대학·종합병원을 감염병센터로

셋째, 정보통신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 보건소 방역 인력만으로 접촉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최근 휴대폰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는지는 알려주는 앱이 개발됐다. 개인정보 노출 위험도 거의 없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이 같은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유급 병가와 같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국민에게 확진 검사 후 잠시 쉴 수 있는 제도만 마련해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병상과 인력을 확충해 입원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병상 몇 개를 확보하는 원시적인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감염병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병원에 병상의 1.5%를 내놓으라고 하는 방식으로는 정부 문서에만 여유 병상이 있고 정작 코로나19 환자는 입원을 못 하고 대기하거나 중환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지역 병원으로 전원되는 일을 막을 수 없다. 전국 약 100개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감염병센터로 지정해 그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책임지고 진료하도록 해야 한다. 지정된 병원이 필요한 인력과 시설, 장비를 확충하는 데 필요한 제도도 만들고 지원도 해야 한다. 이 같은 체계를 구축하면 하루 평균 3000명, 하루 최대 1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매일 발표하는 확진자, 1주일 단위로

다섯째, 매일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발표하는 일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 고위험군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발표하면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방역 체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확진자 수는 1주일에 한 번 발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끝으로 국민 동의도 필요하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도 하고 위드 코로나에 대한 국민의 찬성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로 전환에 찬성하는 국민이 57%로 다수였지만 시기상조라는 응답도 76%였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은 전문가와 관료가 만든 기계적인 결론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사회적 선택이다.

약효 떨어진 거리두기, 역학조사 더 철저히 해야

거리두기에 따른 이동량과 확진자 수 감소 영향

거리두기에 따른 이동량과 확진자 수 감소 영향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올해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이동량은 줄지만, 확진자 수를 줄이는 효과가 없거나 아예 이동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없었다(그림 1·2 참고). 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팀이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포함한 전 세계 저명 학자들과 함께 쓴 논문의 결론이다.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분석한 이 논문에서는 초기에는 34개 국가 중 19개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후기에는 11개 국가에서만 확진자 수 감소 효과를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가장 효과적인 나라 중 하나였지만, 올해에는 가장 효과가 없는 나라로 분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에 신속하고 철저한 역학조사를 하면 확진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광범위하게 격리하면 현재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000명에서 100명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전체 신규 확진자 10명 중 3명만이 접촉자로 격리된 사람이지만, 이를 신속하고 철저한 역학 조사로 6명 수준까지 높이면 n차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 증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