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19로 휴원인데 등원율은 70% 육박…속타는 부모·어린이집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붙어 있는 휴원 안내문. 뉴스1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붙어 있는 휴원 안내문. 뉴스1

경기도에 사는 30대 주부 A씨는 4살 된 아들의 어린이집 등원 문제로 고민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는 지난달부터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들이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조른다고 했다.

A씨는“어린이집에서도 ‘보내도 된다’고 하는데 지역 확진자가 너무 늘어서 걱정”이라며 “그렇다고 계속 아이를 홀로 양육하면 아이의 사회성이 떨어질까 봐 고민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어린이집 등원 문제를 둘러싼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을 고려하면 가정보육이 안전하다’는 판단과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서라도 마냥 집에 둘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2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수도권 모든 어린이집은 휴원에 돌입했다. 단, 맞벌이 가정 등 가정보육이 힘든 경우는 긴급보육을 통해 등원이 가능하다.

서울 68.4% 경기 69.5%...휴원에도 등원율 높아  

하지만 상당수의 부모가 긴급보육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경기도 조사 결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처음 적용된 지난달 20일 기준 경기도내 어린이집 등원율은 53.8%였다. 이달 19일 기준 등원율은 69.5%로 지난달보다 늘었다. 같은 날 서울시의 어린이집 등원율도 68.4%로 70%에 육박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긴급보육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전업주부 등 충분히 가정보육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도 사실상 모두 등원한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한 어린이가 엄마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선별진료소'를 찾은 한 어린이가 엄마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부가 모두 맞벌이를 한다는 최모(38·수원시)씨는“코로나19 발생 이후 시댁·친정은 물론 친척·지인에게 부탁해 아이를 맡겼는데 이제는 맡길 곳도 없고 더는 휴가를 쓸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3살, 5살 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김모(41·여·용인시)씨는“아이들이 활동량이 많다 보니 매트를 깔아도 아래층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한다”며 “아이들 보느라 정작 내 할 일을 못 하는 경우도 많고, 교육 문제도 있어서 일주일에 며칠만 보내고 있는데 등원율이 워낙 높아서 눈치도 보이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방역도 걱정되지만, 아이들 퇴소 이어질까 봐”

각 가정에 “아이를 등원시키라”고 먼저 권하는 어린이집도 많다. 원생들의 퇴소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 지원 보육료는 원생 수 등에 따라 지급된다.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한 휴원 기간엔 정부 지원 보육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만, 휴원 기간이 길어지자 퇴소를 요구하는 가정이 늘었다.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날보다 안 간 날이 더 많다”며 퇴소 절차 등을 묻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달 15일 서울시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달 15일 서울시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집단 감염 등이 우려되긴 하지만 원생 수가 줄면 어린이집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원장이나 교사 등이 먼저 ‘아이를 보내라’고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원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간·가정 어린이집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어린이집 영유아 감염 경로 78%가 '가족' 

문제는 집단 감염이다.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경기지역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184명으로 영유아가 162명(88%), 보육교사·직원은 22명(12%)이었다. 영유아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가족이 78.4%(127명)로 가장 많았고, 같은 유치원 아동 10.5%(17명), 지인·불명 8%(13명), 교직원 3.1%(5명) 순이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어린이집 긴급보육 가구원 1명 이상에게 매달 1차례 선제 검사를 받도록 하고 백신 접종도 권고했다. 경기도는 어린이집 교직원 대상 선제 검사도 월 1회에서 2차례로 확대했다. 이순늠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건강 취약계층인 영유아의 확진이 증가하고 있어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