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자 전염·풍토병 감영 "비상"|출국 전 예방 접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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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른 관광·연수·취업 등을 목적으로 한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들이 현지의 희귀한 풍토병과 여러 질환에 감염된 채로 국내에 들어오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어 여행자 자신의 주의는 물론 이에 따른 전염예방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카톨릭 의대부속 성모병원의 강문원 교수(내과)는『해외여행자들에게서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외에도 현지의 풍토병에 관련된 병원균뿐만 아니라 전염병원균까지 검출되는 예가 급증하고 있어 방역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에 들어오는 여러 질환들 중 대표적인 질환의 실태와 증세·예방법 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비브리오패혈증=연세대의대 이상인 박사(내과)팀은 최근 4일간의 고열(38.8도)과 우측 무릎 밑·좌측발의 심한 통증으로 입원한 환자(57)를 검진한 결과 비브리오균에 의한 패혈증임을 밝혀 냈다.
이 환자는 지난1월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발병 이틀 전에 생선회와 생굴을 먹었다는 것.
비브리오균은 어패류 등에 주로 기생하며 이를 날것으로 먹을 경우 인체에서 증식, 발열과 함께 온몸의 피를 부패시키는 무서운 병원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박사는『국내에서 발생하는 비브리오의 경우 7∼9월에 발병하는 율이 90%이상이었으나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가, 더구나 1월에 발병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고했다.
▲콜레라=보사부가 지난4일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김 모씨(32)로부터 콜레라균을 검출, 올 들어 해외여행자에게서 발견된 경우가 2건이나 됐다.
이 병은 비브리오 콜레라라는 간균(막대 균)이 비위생적으로 처리된 음식물과 음료수에 침투해 있다가 사람에게 전염된다.
외국의 콜레라균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난63년9월 부산항을 통해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최대유행은 지난69년 군산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 1천5백38명의 콜레라환자가 발생, 1백37명이 사망한 것이다.
서울대의대 장우현 교수(미생물학)는『그 동안의 환자를 대상으로 감염경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현지 노점에서 비위생적인 음식물을 섭취해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내장 리슈마니아 증=서울대의대 이순형 교수(기생충학)는『지난82년 중동에서 1년간 근무 후 돌아온 근로자가 전신 쇠약·복부종물 등으로 입원해 진단결과 내장 리슈마니아 증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이 질환은 중동지역에 많은 나방파리가 원인으로 이에 물리면 병원 충이 인체의 간·골수·림프조직 등에 기생해 조직을 파괴함으로써 고열과 빈혈은 물론 간을 약화시켜 전신 쇠 약을 일으킨다는 것.
피부궤양을 일으키는 피부리슈마니아 증도 있으며 지금까지 국내에 15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바베시아증=지난 88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43세의 환자에게서 첫 발견됐다.
환자는 선교사로 아프리카서부의 코트디부아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8일간 계속된 고열과 두통·위 경직 등을 호소, 진단결과 적혈구에 기생하는 바베시아 병원 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 충은 아프리카·남미 등지의 잔디·수풀에 서식하는 진드기에 기생하다가 가축, 또는 사람에게 전파, 발병되고 있다.
▲황열=아프리카·남미지역의 모기에 기생하는 플라비 바이러스가 병원체.
이 모기에 물리면 황달이 주된 증세로 나타나 황 열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3∼6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오한·두통·결막충혈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연세대의대 김준명 교수(내과)는『정상출혈·토혈 등의 위 장관출혈은 물론 심할 경우 혈관 내 응고증이 나타나며 환자의 10∼60%가 발병 후 6∼8일내 의식소실, 또는 사망한다』고 했다.
▲예방과 치료=이런 질병의 감염은 대개 불건전한 성 교섭, 비위생적인 음식물섭취, 병원 충이나 병원균에 오염된 지역에서의 생활 등에 의한 환자자신의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문원 교수는『출국 전 여행지역에 따라 전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는 등 예방에 충실하고 발병할 경우 증세가 심해지기 전 즉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조기치료가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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