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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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고, 가장 덥고, 가장 건조하며, 가장 가파른 마라톤의 막이 오른다.

올해 3회째인 '지상 최대의 레이스(The Greatest Race on Earth.이하 GROE)'가 29일(한국시간) 해발 1700m에 위치한 케냐 나이로비에서 첫 레이스를 시작한다. GROE는 나이로비 대회를 시작으로 싱가포르(12월 3일), 인도 뭄바이(2007년 1월 21일), 홍콩(2007년 3월 4일)에서 차례로 열린다. 이 대회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이 한 대회에 참가하는 릴레이 방식을 취한다. 출전 분야는 국가대표, 일반인, 시각장애인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전 세계에서 총 8만 명 정도가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다. 총상금 규모는 15만 달러(약 1억4200만원).

이 4개 대회는 원래 따로 벌어지던 것이었으나 2004년 글로벌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가 하나로 묶어 후원하면서 릴레이식 대회로 탄생했다. 김효종 경운대 육상팀 감독은 "케냐는 산소밀도가 떨어지는 고원지대, 싱가포르는 덥고 습기가 많은 지역, 뭄바이는 땀조차 말라버릴 정도로 건조한 지역, 홍콩은 가장 가파른 언덕을 가진 코스로 유명하다"며 "모두 완주가 어려운 죽음의 코스다. 정상급 선수도 2시간30분 안에 주파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마라톤 왕국' 케냐에서 벌어지는 첫 대회는 국제 마라톤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케냐법인 카디자 모하메드 홍보팀장은 "벤저민 캔보이, 어네스트 킵베고 등 이름이 알려진 케냐 선수뿐 아니라 무명의 마라토너들이 세계무대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 출전한다"며 "유럽과 중동 스카우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총 네 팀이 출전하며 이번 케냐 대회에는 국가대표 오세정(21.경운대)과 일반인 3명, 시작장애인 한 명이 참가한다. 시각장애인 선수 정운노(35)는 "낯선 환경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평생 한번 뛸까말까한 이 코스를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시각장애인의 개안수술을 위한 캠페인 'SIB(Seeing is Believing)'와 이 대회를 연계시키고 있다. 일반인이 완주할 경우 미리 약정한 금액을 기부하고, 은행도 그만큼 돈을 내놓는 형식이다. 지난해 케냐 대회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선수 장호선은 이 캠페인으로 한쪽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나이로비(케냐)=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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