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 사람들' 특보로 재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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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이 대통령 특보 명함을 들고 대거 노 대통령 곁으로 돌아온다.

청와대는 27일 정무특보 4명과 정책특보 1명 등 모두 5명을 새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무특보에는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또 교육부총리 낙마 후 청와대로 복귀한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정책특보를 겸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통령 특보는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정무특보),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한.미 FTA 특보),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정책특보) 등 기존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 8명으로 늘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특보단을 강화한 이유를 "당정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 보강된 특보단의 면면이 거물급이라는 점에서 당청 간 소통의 무게중심이 당분간 청와대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취임 후 당정 분리 원칙을 앞세웠던 노 대통령이 임기 말을 맞아 매머드급 특보단을 거느리기로 한 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10.25 재.보선 패배 후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여당 내에선 벌써부터 노 대통령의 탈당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대선 후보들의 각개약진과 맞물려 자칫 권력의 진공 상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이번 특보단 강화가 임기 말로 갈수록 심화될 레임덕 현상을 조기에 차단하고 임기 끝까지 국정 운영의 중심축에 서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10.25 재.보선 패배 직후 열린우리당 내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고개를 들자 "1988년 정치를 시작한 이래 노 대통령은 지역 분할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데 대해 찬성하지 않을 것"(윤 대변인)이라고 밝혔었다.

그런 점에서 15대와 16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 기획을 지휘한 이 전 총리를 정무특보로 내정한 것이나,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문 전 수석을 정무특보로 포진시킨 대목에선 차기 대선 구도에서 비켜나 있지 않겠다는 의중도 내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처럼 회생 조짐을 보이지 않는 국정 지지율 등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으로부터 이탈하려는 당과 잠재 대선 주자들이 대통령의 특보들과 얼마만큼 긴밀하게'소통'할지는 미지수다.

박승희 기자

◆ 대통령 특보=정식 명칭은 '대통령 특별보좌관'이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 규정(6조)에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거나 자문에 응하기 위해 특별보좌관을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장관 출신으로 한정한다는 등의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다.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대통령이 정할 뿐이다. 무보수 명예직이다. 사무실도 없으며 비서실 예산 범위에서 수당과 실비 정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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