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장과 이런 국회의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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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공직자사회의 부정에 익숙해져 있다. 이권부서라는 말이 당연한 듯 보통명사로 쓰여지고 있다. 권력은 곧 돈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되면서 권력에 대한 집착이 자그마한 권력이나마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한 아귀다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 보편화된 고정관념속에서 청백리에 대한 기대는 아예 사라져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세상이 제 앞가림에 바빠 갈팡질팡하는 분위기속에서도 주어진 직분에 꿋꿋하게 버텨온 한 공직자를 찾아냈다는 소식은 무더위속의 신선한 바람처럼 느껴진다.
고위공직자는 으레 축재에만 몰두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씻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오성수 성남시장이 바로 우리가 바라던 공직자상을 보여준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시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쾌한 화제를 뿌렸던 인물이다. 서민용 시민아파트를 짓기 위해 시장관사를 제공하고 묻혀있던 시유지를 찾아내 이미 1천5백가구분을 착공했을 뿐 아니라 불우학생들을 위한 정착기금을 마련해주는 등의 실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격려를 받아왔다.
그러한 공무원이 음해를 받았다. 모범적 공직자상을 보여준 그에게 오히려 비리를 저질렀다는 누명을 씌우려한 인물이 있었던 것이다. 청백리 음해의 못된 관습이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모 국회의원과 그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았다는 상급기관의 압력을 거부했을 정도로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모범적인 공직자와는 대조적으로 정상배란 말을 들어 마땅한 이 국회의원의 파렴치한 행동이 우리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비춰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환경오염과 그린벨트 오손을 두고 온나라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국회의원은 그린벨트 안에 불법건축물을 세웠다는 것이다. 법을 만든다는 국회의원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그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행태대로 공무원이란 압력만 넣으면 눈감아줄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그러한 국회의원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2명이나 부정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상태에 있고 영등포 역사상가 특혜분양 추문이 석연치 않게 흐지부지돼 아직 그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털어서 먼지 안나올 자가 어디 있나」라는 냉소적 유행어가 통용될 정도로 오탁해진 우리 사회에서 한 국회의원의 청탁압력이 폭로된 것 이상으로,모함을 받은 공직자가 오히려 상찬을 받을 만한 헌신적 인물로 판명된 그 과정을 값있게 생각한다. 신상필벌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도 상을 받을 수 있고 모함을 받아도 정직성이 입증될 수 있는 제도와 절차가 이번 경우를 계기로 확립되고,자기만 깨끗하면 직위를 위협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공직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
다행스럽게도 오성수 성남시장에 대한 비리관련 투서는 사정당국의 내사결과 일체의 이권개입을 거부한 때문에 부정한 인물들의 모함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모범적인 공무원이 돋보이게 된 사실에 우리는 안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를 모함한 파렴치한 인물들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그러한 예는 이번 경우뿐만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 분노와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파렴치한 인물보다 오시장같은 공직자가 그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증명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아울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위를 빙자하여 불법을 저지르는 작태를 근절시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정부대로 올바른 공직자와 그릇된 공직자를 찾아내 상벌을 분명히하고 국민은 국민대로 탐욕스런 인물들이 국민의 이름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부정에 대해 정의가 이긴다는 소박한 진리를 증명해 보여준 오성수 성남시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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