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운동화 구청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월 출범한 민선4기 체제가 벌써 100일을 훌쩍 넘겼다. 10년을 넘긴 민선자치가 성숙기로 접어든 지금, 김도현 강서구청장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역동하는 매력도시 강서'란 구정 슬로건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뛰고 있는 그에게서 서울 서부의 중심 강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 슬로건이 독특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이제야 밝히지만 이 구호는 내 스스로 만들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지도가 80% 가까웠다. 사실 강서지역은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는 데도 그동안 개발이 침체돼 온 곳이다. '역동'은 모든 일에 속도를 붙이고, 힘차게 움직이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력'은 서로를 끄는 힘이며 국가·단체에도 적용된다. 우리 강서구가 서울 전체에서 발전 가능성을 실현하며 경쟁력을 갖춘 매력도시가 되고자 하는 희망을 담았다."

- 취임 100일이 지났다. 남다른 감회가 있는가.
"강서구에 오래 살았다. 강서구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역대 구청장과 직원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이제 새 구청장을 맞은 만큼 '한번 혁신해보자'는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지만 다소 한계도 느끼고 있다. 재정 여건 때문이다. '없는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리 구의 살림살이에서 연간 130억원의 사회보장비 지출은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의욕과 현실 사이에 괴리를 느끼고 있다."

-'화곡동 뉴타운 개발'등이 여전히 논란이다. 해결책이 있나.
"뉴타운 문제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과 세입자 간의 이해가 달라서 생기는 것이다.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을 조화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구 입장에선 개인의 주택가격보다 공공용지의 확보를 먼저 생각한다. 뉴타운 등 지구단위 개발 역시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주민 대다수는 조급하다. 신중히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 선거 기간 여러 공약을 내걸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내고 싶은 게 있다면….
"마곡지구 개발이다. 구와 서울시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돼야 하겠지만 서울시에 강서구의 희망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서구는 특수한 강점을 갖고 있다. 근거리에 김포·인천공항, 철도·지하철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경기·서울은 물론 북녘땅과도 접경지다. 서울의 필요에 따른 부분 개발지가 아니라 국제적 성격의 업무도시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임기중 그 실마리는 풀어내고 싶다."

- 서울의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방안이 있는가.
"최근 정부에 건의했다. 김포공항의 역할 재조정을 요구했다.김포공항은 동아시아 전 지역을 아우르는 '열린 공항'이어야 한다. 최근 김포~하네다 노선이 부활됐지만 중국항로를 추가, 동북아 지역의 셔틀공항이 돼야 한다. 물론 인천공항은 여전히 세계로 열린 공항을 지향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과포화 상태인 인천공항의 문제를 해결하고, 2시간 권역의 50여개 대규모 도시 유입인구를 우리 강서구가 흡수할 수 있다. 이후 강서지역은 서울 안에서도 경제중심특구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 구청장이 '지역축제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데 대해 지나친 욕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우리 지역은 서울에서도 문화적 정체성이 뚜렷하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 태어나 의술을 행한 곳이다. 대체의학·웰빙산업·자연요법의 중심지로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축제를 통해 확산하려는 것이다. 조선조 진경산수화의 대가였던 겸재 정선 역시의 우리 지역의 자랑이다. 세계적 축제로 만들기 위한 자원을 충분히 갖고 있다."

- '운동화 청장' '마을버스 청장'이란 말을 듣는다.
"그냥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좋게 평가해주는 분들이 많아 고맙다."

- 신조나 좌우명은.
"신조랄 것까진 없지만 요즘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선거를 치르다보면 남의 단점만을 들추게 된다. 그러나 이젠 모두 과거다.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들의 장점을 찾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 약력
= 63세, 경북 안동, 정명옥(57)씨와 2남, 서울대 정치학과 4년 중퇴, 영남일보 논설위원, 민주평통 사무처장, 문화체육부 차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중앙회 회장, 한나라당 서울강서갑지구당 위원장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