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반칙왕'…재소자 年 100회 면회 '집사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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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7일 검찰 수사 결과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일부 변호사가 '법률 장사꾼'으로 전락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변호인 접견권을 악용해 재소자들의 개인적인 편의를 봐 주는 '집사' 역할을 한 변호사들이 다수 적발됐다.

이들은 수임료로 월 2백만~3백만원씩을 받고는 구치소로 자주 면회를 가 증거 인멸이나 범죄자의 재산관리를 돕는 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재소자 安모씨를 1백여회나 접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흘에 한번꼴로 면회한 셈이다. B변호사는 '이용호 게이트'의 공범으로 수감된 신용금고 대주주 金모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줬다.

金씨는 이 휴대전화를 통해 옥중에서 바깥에 있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약사범만 단골로 확보한 C변호사는 한꺼번에 10여명의 재소자에게 접견 신청을 해 결과적으로 이들이 접견 대기실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주선했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수사 관계자는 "10여분간의 면회를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한나절씩 되는 점을 악용해 하루 종일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재소자도 있었다"면서 "대기실이 공범간의 연락이나 수사에 대한 정보교환장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집사 변호사'들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법적 허점을 드러냈다.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고용된 기막힌 사례도 적발됐다.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徐모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잘 되지 않자 불법으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던 金모 사무장으로부터 월 5백만원을 받고 1년여 동안 일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법조 시장이 불경기인 데다 매년 개업 변호사들이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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