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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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루한 장마가 끝나자마자 불볕더위가 엄습해왔다.
7월의 마지막 휴일인 29일 서울의 기온은 34.2도,남원은 37.5도를 기록했다.
부산 해운대와 설악산 등 전국의 이름있는 산과 바다에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 그야말로 발디딜 틈도 없었던 모양이다. 어림잡아 5백만의 인구가 대이동을 했다고 한다.
밤늦게까지 27도를 오르내린 서울의 경우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한강 고수부지나 가까운 공원등에 나가 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날 서울지역의 수도물 사용량은 보통 때보다 32만t이 많은 5백22만t으로 사상최고 기록을 냈고,전기도 평소보다 2백여만㎾나 많은 1천3백만㎾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식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기온이 가장 높았던 기록은 42년 8월12일 경주의 43.5도다. 그러나 세계기록인 1921년 이라크의 바스타지방 58.8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공식기록으로 발표하는 이런 온도는 대부분 기상대의 백엽상온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체감온도보다 다소 낮게 마련이다.
백엽상이란 측후소에 설치된 조그만 하얀 상자를 말한다. 지표에서 1.5m 높이에 가설,사방을 뚫어 통풍이 잘되게 한다음 온도계로 기온을 측정하는데 이때 지면의 복사열을 차단하기 위해 밑에 잔디를 까는 게 상례.
따라서 도시의 시멘트건물이나 아스팔트도로에서 뿜어내는 복사열을 감안하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온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낮의 온도는 그렇다치고 밤의 온도가 25도이상 오르내리는 것을 「열대야」라고 한다. 연평균기온이 20도이상인 열대성기후에서 나온 말이다.
지구상의 이런 고온현상은 이미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20일께부터 예년보다 10도가 높은 40도의 살인열파가 불어닥쳐 교황이 직접 기우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기상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온이 자꾸 올라가는 것은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증가,지구의 오염,남태평양 해수온도의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바로 우리가 지구를 더럽힌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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