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독일처럼 잘 풀렸으면… ”/5년만의 북녘손님 맞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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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문익환목사 손자가 꽃다발 준비/자유총련 “3차 평양회담엔 대표 파견”/입국 해외대표 싸고 당국ㆍ재야 몸싸움
◇회담장주변=26일 오전8시쯤 정부측의 회담협조 요청을 받은 인터콘티넨틀호텔측은 2층의 5백석규모 오키드룸을 회담장으로 꾸미고 북한대표단을 위해 30층 VIP룸 5개와 북한기자들을 위해 27층 객실 10개를 예약했다.
호텔측은 25일밤부터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객실과 회담장의 보안점검을 실시했고,26일오전에는 당초 강연회장으로 쓰이던 그랜드볼룸을 회담장으로 구조변경하는 바쁜 모습이었다.
경찰의 회담장인 인터콘티넨틀호텔 주변에 전경 34개 중대 4천여명을 배치,경호경비에 나설 예정이지만 민간차원의 회담이란 점을 고려,일반인의 눈에 띄지않는 간접경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5백여명의 타격대를 운영하지만 사복차림으로 원거리에서 비노출근무를 시키며 숙소주변에는 사복경찰이라도 접근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 판문점에서 호텔까지의 연도에는 교통경찰관들로만 도로정리를 하게할뿐 특별히 병력배치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가=전대협은 8ㆍ15범민족대회기간중 평양의 능라도경기장에서 남북청년학생 10만명이 모여 통일염원을 기념하는 상봉기념집회를 열것과 전대협이 올하반기 사업으로 계획중인 1천개 학과대표 방북교류 계획을 앞당겨 추진할 방침 등 26일 2차예비회담에서 북한측에 공식제의할 내용을 손질하고 있다.
서울대생 2백여명은 25일 오후1시 교내학생회관에서 「7ㆍ20선언과 범민족대회의 진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갖고 27일에는 범민족대회 서울대추진본부를 결성해 범민족대회에 적극 참가키로 결의했다.
◇우익단체=한국자유총연맹(총재 정일권)은 이날 성명을 통해 『회담 당사자들은 범민족대회에 한국자유총연맹과 같은 보수우익단체들도 대거 참여해 문자그대로 범민족적인 대회가 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앞으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3차예비회담에는 대표를 파견,적극 참여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자유총연맹 등 58개 사회단체대표 6명은 25일오후 전민련을 방문,제2차예비회담에 참가를 요청했으나 전민련측의 『준비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58개사회단체의 회담 참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받아들여 이번 2차예비회담에는 불참키로 했다.
◇아카데미하우스=오전9시20분쯤 회담장소가 경호상의 필요에 따라 강남 인터콘티넨틀호텔로 옮겨진다는 소식들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하자 전날 밤을 꼬박 새운뒤 한창 막바지 준비작업을 하고있던 아카데미하우스의 실무자 20여명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아카데미하우스측은 예비회담 대표들을 묵게하기 위해 예약을 취소시키고 일반손님들을 내보냈기 때문에 그에대한 변상을 치러야 하고 각종 준비가 쓸모없게 돼버려 적어도 수백만원의 손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지배인 김경덕씨(35)는 『손해를 본것은 어쩔수 없지만 회담장을 옮기더라도 회의가 잘되기만 한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시가표정=이날 여의도∼서대문로터리ㆍ강남 등 도심도로변 곳곳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남북예비회담 북측대표단의 도착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나온 회사원ㆍ상점주인 등 시민들이 눈에 띄었으나 북측대표단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자 크게 실망.
이날 도로변에 나왔던 김명환씨(30ㆍL화재보험사원ㆍ서울 노고산동)는 『최근 독일의 통일을 지켜보며 우리의 분단상황도 한시바삐 종결되었으면 했는데 이번 예비회담이 잘 성사돼 민족 최대의 과제인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
◇환영대회=전금철 북한조평통부위원장 등 북한측대표 5명에게 꽃다발을 전달할 화동으로 선정된 문익환목사의 손자ㆍ손녀 문바우군(11)ㆍ문보라양(10) 등 6명도 버스안에서 이날의 환영행사에 참석하게 된 소감 등을 얘기하며 활짝웃는 표정.
바우군은 『너무넘부 기쁘고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보라양은 『북한사람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한다는게 가슴이 떨린다』며 『왜 꽃다발 받을 사람들이 오지않느냐』며 고개를 갸우뚱.
「환영 범민족대회 실무회담 북측대표단」 플래카드와 「하나의 땅 하나의 조국 하나의 민족」이라는 구호가 부착된 관광버스에서 환영단들은 범민족대회의 이날 회담에 대해 짝을지어 대화를 나누었다.
◇공항=이날 낮12시7분 실무회담 해외추진본부 대표단 6명이 김포공항에 도착,보세구역을 통해 입국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이들을 통일원측이 제공한 승용차편으로 안내하려는 통일원직원,정사복경관 50여명과 전민련주최 환영행사장으로 안내하려는 재야단체회원,대학생 1백여명이 대표단을 사이에 두고 20여분간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은호기단장 등 대표단이 정부측의 제의를 무시한채 환영식장에 참석,전민련측이 「판정승」을 거두기도.
◇숙소=북한대표단이 묵을 것으로 알려진 호텔숙소는 19평규모로 욕실이 넓은것이 특징인데 하루 숙박요금은 18만원이고 북한 기자단이 묵을 27층 객실은 1박에 15만원 수준.
호텔측은 『남북회담이 정부측의 편의제공으로 열리기때문에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경우 해당되는 할인율 25%를 이번에도 적용하겠다』고 말했으나 예약자가 누구인지는 일체 함구.
호텔측은 25일 오후늦게 정부기관으로부터 『회담장 및 숙박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비공식 요청을 받고 북한대표단의 신변안전을 위해 27층이상의 객실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객실 구석구석까지 폭발물 탐지 등 보안점검을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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