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씨가 본 「김일성이후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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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 죽기전 “변화” 가능성/가까운 장래 한국인정… 대화할 듯
김학준대통령사회담당보좌역은 『북한의 변화는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멀지않은 장래에 북한은 한국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좌역은 23일 한국지역사회연구소(이사장 장성만)가 「김일성이후의 북한」이라는 주제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김보좌역의 주제발표내용 요지.
북한의 변화가능성을 놓고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를 종합하면 두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당분간(3∼4년)은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천안문사태로 개혁ㆍ개방을 막은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기댈 수 있고,개혁의 진원지인 소련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정권은 초기에는 소련에 의해 세워졌으나 그후 「주체사상」 「자주노선」 추구로 소련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정도 약해졌다는 점도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2∼3년내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논거가 있다.
우선 소련의 압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군사담당보좌관은 2월9일 파리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우리는 동유럽에 대해 가했던 압력에 비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련의 모스크바방송은 6ㆍ25가 남침이었다는 주장을 한 역사학자 스미르노프와의 회견내용을 조선어로 방송했다.
이는 북한주민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입시키겠다는 소련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에 불만세력이 비록 조직화는 안되어있지만 체제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논거다.
특히 기술관료가 권력층에 많이 진출한 것도 중요한 변수다.
물론 아직까지는 혁명이데올로기가 강해 이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겠지만 기술관료들은 본질적으로 실용노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견해들을 감안할 때 북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온다고 전망된다.
김정일이 권력을 이양받은 후 한국을 인정하고 평화공존으로 나갈 수는 없다.
그럴 만한 힘과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이다.
김일성으로서는 자신이 살아있을 때 그같은 조치들을 취해두는 게 세습의 안정화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멀지않은 시일내에 북한은 한국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민족문제를 해결하자는 자세로 나와 남북간에 교류와 협력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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