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거인들이 몰려 온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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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루과이 라운드에 만반의 대응을
90년대의 국제사회를 뒤덮을 범세계적 기류로서 우리의 국가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두개의 대외 환경요인을 꼽는다면 첫째는 동서관계의 새로운 전개와 둘째는 국제무역질서의 재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개방과 국제화의 성향을 짙게 드러내고 있음에 비추어 금년말 시한의 우루과이라운드가 창출해낼 새로운 국제무역질서의 파급효과는 매우 넓고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주관으로 87년부터 4년째 끌어온 1백10여 개국의 무역협상은 이제 막바지 단계에서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그리고 선진국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민감한 이슈를 연말까지 6개월이 채 못되는 막바지 단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최종 타결될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현 단계에서 분명한 것은 국제무역 기본질서의 새 모습은 상품ㆍ서비스ㆍ자본의 보다 자유로운 국가간 이동을 주조로 삼을 것이 틀림없다.
79년에 끝난 동경 라운드까지 7차례의 다자간 무역협상과는 달리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선진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시장개방,지적 소유권 보호의 강화,무역관련 투자의 원활화 등이 새로운 의제로 등장했고 농산물시장개방ㆍ비관세장벽 철폐ㆍ섬유무역 문제도 전례없는 강도로 논의되어 왔다.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농산물 교역장벽 철폐는 수출입의 자유화는 물론 농업보조금등 각종 농업지원정책의 폐기를 노리고 있어 이것이 관철될 경우 쌀ㆍ보리의 이중가격제,양념류 수매 비축제 등 현행 지원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서비스분야의 협상은 통신ㆍ금융ㆍ건설ㆍ항공ㆍ해운ㆍ관광 등 광범위한 부문들을 포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타결될 내용들을 서비스 국제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이라는 형태로 승격시킨다는 점이 그로 인한 충격의 강도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을 포함하여 다른 의제들 역시 우리에게는 만만치 않은 시련들을 예상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대한 체계적 대책 강구는커녕 사안의 중대성에 걸맞는 관심의 환기조차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인 범위로 밀려오는 무역자유화 물결에 대응하는 노력은 마땅히 국회ㆍ정부ㆍ업계ㆍ국민을 총망라한 범국가적인 지혜 동원으로 서둘러 추진되었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은 시간을 우리는 비생산적인 집안다툼으로 소모해버리고 말았다.
18일 경제기획원이 청와대보고에서 밝힌 대응방향은 항목별로 더욱 구체화되고 세련된 모습으로 가다듬어져야 할 것이지만 더이상 실기하기 전에 대응노력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협상타결의 정밀한 영향진단,각계의 광범한 의견수렴을 통해 산업ㆍ무역의 장기발전체계를 새로 수립하는 일에 정부는 보다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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