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군축」다뤄 아태 평화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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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외적 환경 변화로 정치·외교·법학 등 사회과학계의 군축(군비통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양군비통제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된다.
한국해로연구회는 연세대동서문제연구원·미국외교정책분석연구소와 공동으로 19, 20일 서울호텔신라에서「1990년대 태평양지역의 해양군비경쟁과 해양군비통제의 전망」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해로연구회는 지금까지 주로 해양법·해양자원개발 등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를 매년 개최해왔는데 최근 국내 학계의 관심을 반영, 올해는 군비통제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이번 회의는「해양의 군사적 이용」「해양안보」「군비통제와 해양법」「해양무기통제의 전망」등 6개 분과로 나눠지며, 모두 12편의 관계논문이 발표된다.
회의에는 한국·미국·일본·호주 등 태평양지역 4개국의 학자와 군사전문가·군축실무담당자들까지 참석하는데 특히 미국의 저명한 군사전략연구가인 팔츠그라프 교수(플래처대·외교정책분석연구소장)와 윌리엄 슈나이더 군비통제문제 자문위원장, 호주의 앤드루 맥 교수(국립대 평화연구소장), 일본의 니시하라 교수(방위대학)등이 논문발표자로 참가해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이같이「군비통제」를 주제로 한 본격적인 학술회의가 열리게된 것은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국내학계의 적극적인 반응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군축(군비축소)이라는 좁은 의미보다 포괄적인 개념인「군비통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제고된 것은 유럽에서의 군비통제협상이 실질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루어지면서「평화를 위한 군비통제의 필요성」을 실증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의 군비통제는 최근「3세대」까지 진전돼 양대 진영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 상호간의 전쟁도발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 유럽군비통제의 1세대는 75년 체결된「헬싱키협약」으로 동서 양 진영 35개국이 참가, 훈련사전통보 등에 합의한 것이다. 이후 유럽의 군비통제는 훈련사전통보 등을 강제규정으로 강화하고, 통보가 없을 경우 직접 상대방 지역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실시할 수 있는「스톡홀름협약」을 지난86년 체결함으로써 실질적 평화보장의 제도적 장치가 되었다.
나아가 유럽의 군비통제협상은 지난해부터 더욱 강화된 협약체결을 위해 빈에서 계속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3세대 협상은 기동훈련 등 군사적 움직임이 없는 평상시의 군사정보를 상호교환 함으로써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유럽지역의 급속한 협상진전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군비 통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켰으며, 이중에서도 한반도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논의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군비통제논의는 아직 본격적인 군사협상의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준 외교관적 성격의 학자들이 주체가 된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남북한 학자들이 참여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군비통제 관련 국제학술회의는 지난 5월17일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공동주최로 미국에서 열렸던「아시아관계국제학술회의」와 6월8일 일본 환태평양문제연구소 주최로 동경에서 열렸던「한반도통일문제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 6월17일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센터(ISIS)주최로 열렸던「아시아·태평양원탁회의」, 지난 3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주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한반도 평화 및 안보에 관한 회의」등. 우리측에서는 한승주(고려대)·정종욱·하영선(서울대)·안병준(연세대) 교수 등이 참가했으며, 북한에서는 이형철·최우진(사회과학원산하 평화군축연구소 소속) 등이 주로 참가했다.
이번에 개최되는 회의는 이러한 군비통제논의의 흐름에 따른 관심을 반영하면서도 보다 순수 학술적 성격이 강하고, 주제가 지상군사력이 아닌 해상군사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있다.
김달중 교수(연세대·동서문제연구원장)는『아시아·태평양지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립지역이기 때문에 군비통제에서도 해양군비문제가 함께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군비통제는 미국의 해상전략과 긴밀하기 때문에 해양군비통제문제는 더욱 중요하다』고 회의의 의미를 밝혔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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