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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도 품위도 다버렸다/법사위 쟁점법안 처리 여야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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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상 압박공격 육탄전 불사 여/의원 총집결… 여 무리수 유도 야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강행통과와 야당의 저지조 편성을 통한 육탄방어전략이 맞붙어 혼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는 11일 일방통과된 국군조직법안과 방송관계 3개 법안등 7개 쟁점법안의 본회의 상정에 앞선 법사위 통과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민자당과 평민당은 모두 법사위 상정ㆍ통과를 놓고 지원조와 저지조를 파견,총력전을 펼 것으로 예상돼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자당은 쟁점법안이 각 상임위에서 통과되자 총무단과 법사위 김중권위원장,박충순간사 등이 11일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직접 또는 전화로 접촉을 계속했으며 12일에도 당무회의와 총무단회의에 이어 오후 2시에는 원내대책회의까지 열어 구체적인 전술과 평민당측 반발강도를 측정해가면서 대응책을 논의했다.
각 상임위별로 법안을 다룰 때는 동시다발 전략으로 평민당의 전력을 분산시켜 기습ㆍ전격통과가 가능했지만 이제 모든 법안이 법사위에 집중됐기 때문에 강행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
민자당은 이 때문에 법사위에서 ▲고유법안인 광주보상법안만을 상정하고 다른 상위에서 넘어온 법안은 12일 이후로 미뤄 국회 본회의에서 다루기 한두시간전에 통과시키는 방안 ▲광주보상법안과 쟁점 7개 법안을 모두 상정시키는 방안 ▲넘어온 법안만 상정하고 광주보상법안은 다음 국회로 넘기는 방안 등을 모두 검토했다.
그러나 광주보상법안만을 상정하거나 넘어온 7개 법안의 조문ㆍ자구심사만 한다 하더라도 11일 상임위에서 허를 찔려 화가 날대로 나있는 야당이 거센 반발을 보일 것이 뻔한 만큼 일단 광주보상법과 7개 쟁점법안을 일괄상정ㆍ통과시키기로 하고 이날은 여러차례 상정을 시도,야당측의 반발강도를 탐색.
여야 법사위원들은 11일 저녁 대법원장이 주최하는 만참에서 서로 『품위없이 몸싸움은 피하고 말로 하자』며 품위고수를 다짐했지만 감정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여야 의원들이 대거 몰려들 경우 육탄전은 불가피하다고 예상.
여당 일각에서는 이에따라 법사위원장이 국회의장에서 경호권발동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으며 상정이 어려울 경우 의장직권으로 바로 본회의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김중권위원장은 『법사위는 다른 상위에서 넘어온 법안에 대해 법체계정리(자구수정)를 하는 과정인데 평민당이 이를 저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며 『회의일자를 늦추더라도 야당에 충분한 질의시간을 줄 생각이지만 야당이 의사진행을 방해한다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법사위 과정을 생략,바로 본회의로 넘어갈 수 있다』고 엄포. 그러나 본회의에 직접 부의하기 위해서는 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해야 한다고 여야 교섭단체대표와 협의절차를 거치게 되어있어 그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진의원의 폭행사건이후 극도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관계상위의 원천봉쇄에서 참석ㆍ토론저지로 전략을 변경했던 평민당은 여당의 국군조직법ㆍ방송관계법 기습통과와 이 과정에서 부상한 조홍규의원등에 힘입어 다시 공세로 반전.
그러나 완력 행사등 강경일변도로 치달을 경우 오히려 여론이 돌아설 것을 우려,스크럼ㆍ육탄저지 등 강공책을 쓰되 주먹다짐ㆍ멱살잡이ㆍ욕설 등은 전대 하지 말 것을 당부.
운동권 출신을 비롯한 일부 강경소장파들은 『그렇다면 시늉만 내고 밀리라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으나 당지도부는 어차피 여당이 하려들면 해낼 것이므로 여당이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저지르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을 고수.
평민당은 12일 오전 출정식을 겸한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당지도부의 구상을 설명한 뒤 법사위에 예결위원을 제외한 모든 의원을 집결 배치키로 결정.
김영배총무는 국방ㆍ문공위에서 통과된 국군조직법안ㆍ방송관련법안이 날치기로 변칙통과되어 원인무효ㆍ불법이라며 법사위 상정자체를 막기 위해 법사위 초반부터 극력저지 태세.
법사위와 동시에 진행될 예결위엔 계속 참석하되 질의 계속ㆍ소위구성 요구 등을 통해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전술.
평민당은 11일 문공위에서 몸싸움끝에 입원한 조홍규의원 문제를 부각시키는 방책도 강구중.
○…11일 국회 상임위는 민자당의 강행처리 방침으로 곳곳에서 여당의 기습처리ㆍ일방통과가 속출했고 이에 맞서는 평민당 의원들과 몸싸움,고함,욕설이 뒤범벅되어 수라장을 연출.
이날 국군조직법이 또다시 날치기 통과된 뒤 열린 국회 문공위는 세차례에 걸친 여야간 몸싸움끝에 방송법ㆍ한국방송공사법ㆍ방송광고공사법 등 방송구조 개편관련 3개 법안을 변칙 통과시켰다.
두차례 정회소동끝에 오후 2시47분 다시 개의를 선포한 이민섭문공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법안통과 시나리오」를 10여초간 빠르게 독백하듯 읽어 내려간 뒤 세번 두드려야 할 의사봉을 여섯차례나 두드리면서 법안가결과 산회를 선포.
이때 손주환ㆍ권해옥의원 등 민자당 의원들은 이위원장 주위를 둘러싸 평민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았고,이위원장은 통과직후 『잡아라』 『죽여라』고 쫓아오는 평민당 의원ㆍ보좌관들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짬도 없이 5층에서 2층으로 계단을 통해 달려 내려와 김동영총무에게 『통과시켰다』고 보고.
이에앞서 오전 11시35분,오후 2시4분 두차례 회의가 열렸으나 여야간 격렬한 고함과 몸싸움으로 방송법ㆍ한국방송공사법 등 2개 법안에 대한 민자당측 수정동의안을 상정하는 데 그쳤다. 2시4분 회의때는 이위원장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항의하는 조홍규의원을 신하철의원이 뒤에서 번쩍 안아드는등 여야 의원과 경위등이 뒤엉킨 가운데 몸싸움이 벌어져 조의원이 허리부상으로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한편 평민당은 이날 법안가결이 ▲표결결과를 밝히지 않았고 ▲질의ㆍ토론이 생락된 데다 반대의견도 묻지 않았고 ▲조세형의원(평민)이 의사진행 발언권을 가진 상태에서 진행됐다며 원인무효라고 주장.
또 이민섭문공위원장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11일 제출한 데 이어 이날 문공위 몸싸움 과정에서 허리를 다친 조홍규의원에 대한 가해자로 신하철의원(민자)과 국회 경위 2명을 지목,진단서가 발부되는 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김두우ㆍ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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