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미술관 가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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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환경'이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건축물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엔 '기발한' 원자재로 지은 미술관이 선보였다. 지난달 15일 문을 연 노매딕 뮤지엄이 그곳이다. 종이와 컨테이너로만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견고하고 세련된 21C공간, '페이퍼테이너(Papertainer)'가 창조된 것이다.

노매딕 뮤지엄(Nomadic Museum). 세계적인 건축가 시게루 반의 창작물이다. 유목민을 뜻하는 노매드(Nomad)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이동이 가능하다. 그 중 하나인 페이퍼테이너는 시멘트와 물이 손톱만큼도 사용되지 않은 친환경 건축물. 종이와 컨테이너 박스로 조립해 설치와 해체가 쉽고, 이미 썼던 재료를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한국 최초의 이동 미술관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건축에는 종이 기둥 353개와 컨테이너 박스 166개가 쓰였다. 규모는 세종문화회관에 육박하는 1천여 평에 달한다. 지름 75cm, 높이 10m에 이르는 종이 기둥은 종묘나 불국사에서 볼 법한 우리의 전통 건축양식을 닮았다. 엄숙한 열주 방식으로 천장을 찌를 듯 장관을 이룬다. 가로×세로×높이 각 2.5m의 정육면체 컨테이너는 무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전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담아 나르는 의미를 지녔다.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표현된 셈이다.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은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 작품의 일부로 '존재'한다. 주변과 어우러진 하나의 구조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자재뿐 아니라 구도 또한 자연 친화적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뻥 뚫린 공간이 시원하다. 바닥은 나무로 짜 놓아 관람객들이 밟고 지날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 옆은 자갈로 채워져 있다. 햇살 및 자연풍이 새 들어와 건물 밖 가을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에어컨이나 히터 같은 기계 바람이 부는 여느 박물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개념 미술관은 각기 다른 컨셉트의 두 가지 공간으로 나뉜다. 페이퍼갤러리에서는 '여자를 밝히다'를 주제로 명성황후·유관순·황진이 등 우리 역사 속의 대표적 여성들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했다. 당대에 선구자적 삶을 살아온 여인을 통해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창의성을 일깨우자는 뜻에서 기획된 전시다. 미술·패션·사진·디자인 등 분야별로 내로라하는 국내 아티스트 30인의 기발한 상상력을 훔쳐볼 수 있는 곳이다.

컨테이너갤러리에서는 '브랜드를 밝히다'를 주제로 브랜드와 예술이 만났다. 국내 최초의 아트 마케팅이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예술과 접목해 표현하는 새로운 장르다. 애니콜·KTF·NAVER·백세주 등 국내 최고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각각 한 팀을 이뤄 30여 개의 컨테이너 안팎을 개성 있게 꾸몄다.

사진작가 김용호는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자체가 놀라움이다. 종이를 이용해 미술관을 만들었다는 것부터 친환경적이고, 올림픽공원 녹지와 어우러져 미술관이 지어졌다는 것은 상상력 그 이상의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페이퍼테이너는 올해말까지 서울 전시를 마친 후 부산·광주 등 지방을 순회할 계획이다. 나아가 오사카·상해 등 해외전시도 검토 중이다.
02-421-5577 www.papertainer.co.kr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관람권 50명에 증정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독자 50명(1인 2매)에게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관람권을 증정한다. 18일까지 온라인(www.jjlife.com) 신청하거나 아래 응모권을 작성해 우편(서울 중구 서소문동 58-9 중앙빌딩 1층 프리미엄 이벤트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110)으로 보내면 된다. 당첨자는 20일 온라인 공지 및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개별 통보.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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