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무역 차질 빚나" 평온 속 후폭풍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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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의 단둥 압록강 위의 선박에서 9일 한 북한 병사가 외신 카메라를 향해 욕설의 뜻이 담긴 손짓을 하고 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둥 AP=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북한 내부와 북.중 국경 지역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 옌지(延吉)의 조선족 사업가 K사장은 "핵실험 발표 이후 평양의 거래처와 통화를 했는데 평양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이 평온하다"고 전한 것으로 말했다.

K사장은 "중국 산허(三合)와 북한 회령을 잇는 무역 통로에도 이상 징후가 없다"며 "핵실험 소식이 전해졌어도 화물차들은 평소처럼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K사장은 그러나 중국과 사업을 하는 북한 측 대방(상대방)은 "앞으로 국경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한국.미국.중국의 반응"이라며 "이들 나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현지 표정을 전했다.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단둥(丹東)시의 대북 무역업체 W사장은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9일 오후 신의주의 북한 대방들과 통화했더니 '핵실험 하갔으면 하고 말갔으면 말고'라는 식의 냉소적인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핵실험 소식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북측 무역 일꾼은 "강성 대국이 됐다느니 하는데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미사일을 쏴서 사업을 어렵게 했는데 핵실험까지 하면 사업은 뭐가 되겠는가"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는 "핵실험 강행으로 북.중 간 무역이 당장 차질을 빚을 것이란 걱정이 북한 무역업자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언론도 핵실험 성공 사실을 보도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앙통신이 9일 오전 핵실험 성공을 처음 발표한 데 이어 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정오 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오후 5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뉴스시간에 55초가량 중앙통신의 보도를 되풀이했다. 다른 프로그램은 평일과 마찬가지였다.

오후 8시 중앙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북한 정권 수립 58돌을 맞아 각국 지도자들이 보내온 축전에 김 위원장이 답전을 보냈다'는 소식을 톱 기사로 내보내고 핵실험 성공 기사는 셋째 기사로 다뤘다.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평양방송은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핵실험을 예고하는 듯한 방송을 미리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방송은 '조국을 위하여 혁명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정론'(우리의 논평에 해당)을 통해 "1930년대 고난의 행군과 90년대 또다시 겪어야 하였던 고난의 행군. 조선의 혁명가들은 가장 어려운 고난과 시련의 시기마다에 무한한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조국과 혁명 앞에 부닥친 난관을 맞받아 뚫고 승리하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투항의 흰 기가 나부끼기를 바라며 어리석은 붕괴 시간표까지 짜놓고 때를 기다리던 원수들의 머리 위에 철추가 내려지고 우리 군대와 인민은 장군님을 따라 조국수호전에 결연히 떨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둥=진세근 특파원, 서울=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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