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정화운동 기대 크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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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향락과 과소비ㆍ무질서로 인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종교계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6개 교단장과 총무들은 최근 자신들이 먼저 내핍의 본을 보이고 땅과 집을 이웃과 나누어 쓰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을 결의했고,일부 교회들도 종교적 절제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기도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불교계에서도 각 사찰의 법회를 통해 청정과 자비심을 일깨우고 이를 실천하는 신도모임을 적극적으로 조직해 나가기로 했다.
종교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 사회를 도덕적 타락으로부터 구하는 빛과 소금이 될 뿐 아니라 종교계가 스스로를 반성하고 자정하는 데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는 전체의 약 50%인 2천만명을 헤아린다. 각 종교의 교리는 얼마간씩 다르지만 어느 종교에서나 공통적인 것은 현세적 욕망의 절제와 이타적 사랑이다. 만약 교인들만이라도 그러한 종교적 가치를 받들고 실천해왔더라면 오늘과 같은 정신적 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일찍부터 있어 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종교계는 스스로가 물신주의에 현혹되어 종교적 가치의 추구보다는 양적 팽창에 몰두해온 느낌마저 없지 않았다. 한집 건너 교회가 서고 하루 걸러 불사가 있다는 빈정거림이 나올 정도로 교계의 외형적 성장은 눈부셨지만 종교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의 사회확산은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교인들은 종교를 오히려 현세적 부와 지위를 내세에까지 연장하려는 기복신앙의 수단으로 삼음으로써 종교자체를 타락시키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볼때 종교계의 최근 움직임은 종교가 제자리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과소비나 향락풍조와 같은 사회의식은 기본적으로 그 사회의 물질적 토대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따라서 그러한 의식을 낳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개혁작업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는 그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은 궁극적으로는 사회구성원의 의식 전환이 이루어질 때 완성되는 것이다. 또 우리들의 정신적 자세는 단순히 수동적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식을 결정해주는 환경과 물질적 조건에 능동적인 작용을 가해 그것을 변화시켜 나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물질적 풍요속에서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도덕성과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계의 정화운동은 중요한 것이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정신운동을 전개해왔지만 그것들이 하나같이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것은 그것이 참여자 스스로의 각성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고 강제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계의 최근 움직임은 그래서 대단히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다. 그것은 교인 각자의 자각과 반성에 그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계가 최근의 움직임을 좀더 적극화하고 구체화하여 그 움직임이 사회분위기를 혁신하는 자발적인 국민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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