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를 푸는 세가지 열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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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교조 결성 1년째를 맞은 27일,1년전의 그날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경찰의 원천봉쇄와 합법성 쟁취 투쟁으로 맞선 대회장은 최루탄으로 시작되고 강제연행으로 끝이 났다.
교육민주화와 교원노조 결성을 내걸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의 시위에 나선 전교조 돌풍이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발칵 뒤집었던 일이 바로 작년의 오늘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둔 지금까지 정부나 전교조의 대결양상이 조금도 변화지 않고 있음을 개탄하면서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는 전교조문제를 어떤 시각,어떤 방향으로 수습해야 할지를 곰곰 생각해볼 때다.
첫째,문교당국의 전교조에 대한 시각조정이 이제부턴 일어나야 한다. 초기 전교조 참여교사들중 일부가 극단적이고 민중혁명적인 노선을 주장했던적이 없었던게 아니지만 참여교사들의 대부분이 기존 교육계의 비리와 폐단을 개혁하자는 순수한 뜻이 담겨있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자세의 전환이 요청된다.
결과론적이지만 전교조 사태가 있었기에 3조7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책정될 수 있었고 교사의 대우와 지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수 있었으며 대입진학만을 위한 오늘의 교육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각성이 정책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 있었다고 본다.
왜곡되고 침체된 교육계에 새 변화와 새 바람을 예고할 대입제도개선안과 고교교육체제변혁안등의 정책적 제도개선의 동기부여를 전교조가 제기했다는 점에서도 그들을 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육의 문제를 함께 걱정하는 동료라는 자세로 시각을 달리해야 할 때가 이젠 되었다고 본다.
바뀌어진 시각으로 해직된 1천5백여명의 교사들을 화합의 차원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없는 게 아닐 것이다.
둘째,30여만 교사들의 유일 합법집단인 교총이 지난날 교련의 오명을 씻고 지속적인 개혁의 변신을 계속하는 한,그 속에서 우리는 전교조문제를 풀어가는 두번째 실마리를 찾게 된다.
교원지위법제정 추진을 위한 지난 22일의 교총대회에서처럼 합법성과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단합된 의지를 보인다면 거리의 투쟁으로 교육개혁을 쟁취하겠다는 교사들의 숫자들도 줄어들 것이다.
교총이 전교조의 대응세력으로서가 아니라 전교조 사태가 뿌린 교육 내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수습하는 쪽으로 지속적인 변신을 거듭한다면 남은 불씨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문교당국이 전교조 절대 불용이나 원천봉쇄라는 강경노선을 철회하고 교육개혁을 위한 동지로서 전교조 교사들을 대할 수 있게끔 전교조측 또한 정치적 투쟁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또 교총과 비슷한 개혁주장을 하면서도 전교조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교총 탈퇴운동을 벌이는 정략적 태도 또한 교단의 분열을 몰고올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애당초 전교조의 교육개혁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법개정 운동을 통한 민주적이고 점진적인 노선을 택하지 않고 바로 거리의 투쟁으로 나섰다는 데 있다. 전교조의 운동방식도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해결의 열쇠는 제각기 하나씩 지니고 있다. 전교조문제가 해결되려면 그 세 열쇠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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