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방화 개봉 앞두고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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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영화로서는 파격적인 1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인 『남부군』 『마유미』『장군의 아들』등 3편이 늦어도 내달 중순께는 일제히 개봉된다.
연초『수탉』 『우묵배미의 사랑』등 깔끔한 경량급의 흥행 참패로 무기력 상태에 빠진 방화계가 헤비급의 대작을 앞세워 침체의 늪을 탈출키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영화계는 큰돈을 들인 이들 대작마저 쓰러지면 방화는 당분간 회생이 어렵지 않을까 초조해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영화의 개봉시기가 비슷해 관객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릴 수도 있어 불안요인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영화계는 대작들이 한꺼번에 걸림으로써 한국영화의 존재를 관객들에게 다시 인식시킬 수 있는 전시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마침 감독들이 원로 신상옥(마유미), 정상급 임권택(장군의 아들), 중견 정지영 등 한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연출자여서 그런 기대를 만족시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흥행경쟁 차원이 아닌 한국영화의 부흥을 위한 도약틀로 이 영화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즉 대작을 상품으로 그동안 홀대받아온 한국영화의 건재를 관객들에게 다시 알러주고 그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영화계의 바람이다.
『남부군』등은 또 국내관객의 외면 못지 않게 방화계의 영세성을 심화시키는 주인인 해외진출 재에서 어떤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영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방화계는 해외영화제에서의 입상을 해외진출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해 온 감이 없지 않은데 이제는 큰 규모의 작품으로 입상이 되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의 상품성만으로 해외수익을 기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마유미』는 KAL기 폭파라는 내용의 상품성 때문에 지난 3월 일본 코스모 필름에 1백30만달러에 판권수출이 됐었다.
『마유미』 못지 않게 6·25전쟁 중의 빨치산 이야기를 다룬 『남부군』과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두한씨의 청소년기를 그린『장군의 아들』도 영화상품으로서 내용의 국제성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외형상으로도 『남부군』등은 상품성을 갖추기 위한 물량채비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마유미』의 경우는 KAL기가 공중 폭파되는 장면을 재현키 위해 미국 인트로비전사 특수촬영팀에 의뢰, 정교한 미니어처와 세트를 제작했으며 폭파장면에만 보통 한국영화 2편을 만들 수 있는 7억원 가까이를 썼다.
또 『장군의 아들』은 오픈세트로 일제하 서울종로를 재현했고 5천 여명의 엑스트라를 동원, 한국영화의 고질중 하나인 디테일 불충 부분에 신경을 써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다.
『남부군』의 경우도 빨치산의 전 활동기간을 담기 위해 외국영화에서도 꺼려하는 1년여의 촬영을 강행, 4계절을 화면에 담아냈다.
『남부군』 『마유미 』 『장군의 아들』은 감각적인 연애물이 주종을 이뤘고 또 그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온 방화계의 풍토를 체질개선하는 한국영화사의 한 전환적 시기를 규정지을 수도 있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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