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비트] 살라스 '푸에르토 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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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철의 월드뮤직'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선곡이다. 음악은 그 나라와 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인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선곡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우리 정서와 얼마나 잘 부합되는가'라는 점이다.

우리 입맛과 잘 어울리는 노래에 대한 청취자들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그런 노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칠레 여가수 파트리시아 살라스의 '푸에르토 몬트'(몬트항구)다. 첫 방송 이후 이어진 앙코르 요청과 음반구입 문의까지, 이 노래에 대한 청취자들의 반응은 인상적이었다.

파트리시아 살라스는 라틴아메리카의 음악강국 칠레가 배출한 또 하나의 보석이다. 열두살 때부터 기타연주를 시작한 그녀는 두 자매와 함께 결성한 '프레켄시아 모드(Frequencia Mod)'를 통해 남미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1986년 독일에 정착하며 본격적인 솔로활동을 시작한 살라스는 현재까지 앨범 발표와 콘서트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푸에르토 몬트' 앨범은 살라스의 지난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히트곡 모음집으로, 전곡 우리말 발음과 뜻.가사 번역까지 담겼다.

음반의 간판은 역시 타이틀곡인 '푸에르토 몬트'다. 애수를 가득 머금은 클래식기타 반주와 어우러진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는 쉽게 증발되지 않는 슬픔의 카타르시스가 담겨있다. '사랑의 속삭임도 바닷바람에 실려 사라졌네'라는 구절이 마치 내 이야기인 듯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놀라운 건 몬트항구에서의 이별을 그린 이 노래가 칠레의 민요라는 것이다. 이 노래는 신기할 정도로 한국 취향의 슬픈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칠레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의 어머니' 비올레타 파라가 남긴 불후의 명곡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삶에 감사하며)는 몬트항구와 함께 앨범의 투톱이다. 메르세데스 소사.조안 바에즈.나나 무스쿠리의 리메이크로도 널리 알려진 이 노래는 정갈하고 단아한 편곡으로 수록됐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쓸쓸한 마음을 달랠 음악을 찾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MBC-FM '송기철의 월드뮤직'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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