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친구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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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은 대중문화를 「포퓰러컬처」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인기문화」라는 뜻이다. 미국의 H 간스라는 매스컴 학자가 1970년대 후반부터 즐겨 사용한 용어다.
그 이전의 「매스 컬처」라는 말은 원래 독일학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매스」라면 서독사회에선 비 귀족적이고,덜 교육받은 계층을 가리킨다. 비이성적이고 판단력이 없는 군중,때로는 폭주들까지도 그 속에 포함시켰다. 공중과는 저만큼 처진 사람들이다.
하필이면 「문화」라는 단어에 「매스」를 붙인 것은 은연중 대중문화를 업신여겨서 한 말이다. 문화는 당연히 귀족계급이나 교양있는 엘리트들이 즐기는 세련되고 고상한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우리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 문화와 하이 컬처(고급문화)는 같은 말처럼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포퓰러 컬처」라는 말은 그런 콤플렉스를 씻어주고 있다. 간스교수는 대중문화도 고급문화와 함께 여러 계층의 취향에 따른 문화의 하나이며 고급문화와 다름없는 가치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영국의 로열 필하머닉 팝스 오키스트라와 미국의 보스턴 팝스 오키스트라에서 보고 있다. 이들은 클래식 음악을 팝으로 편곡,클래식의 형식미와 귀족적인 품격을 팝 음악의 분방하고 대중적인 멋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그 폭발적인 인기는 「후크드 온 클래식」에서 확인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서울대 음대교수이며 한국의 정상급 테너가수인 박인수씨에 의해 그런 공연이 준비되고 있다.
유심초가 부른 『사랑이여』,이건용이 편곡한 『친구여』를 비롯해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같은 대중가요를 클래식과 함께 부른다. 물론 레퍼터리속엔 도니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등 전통 오페라 가곡도 포함되어 있다.
벌써 두번째로 자비를 내서 이런 행사를 궁리한 서울대 음대의 이강숙교수는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사이의 벽 허물기를 통해 음악본래의 의미를 밝혀 보려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공연은 9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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