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분양가 결정과정 직접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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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공공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밝히고 있다. 양영석 인턴기자

서울시가 25일 공공 아파트에 대한 후분양제, 분양가심의위원회 등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수그러들지 않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이다. 14일 분양가를 발표한 뒤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18일 이례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 등은 "토지비.건축비 2개 항목으로만 구성된 분양원가 공개는 신뢰할 수 없다"며 "보다 세부적인 토지비.건축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24일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을 찾아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를 이대로 두면 서울 전체가 부동산 투기의 재앙에 시달릴 수 있다"며 "오 시장이 약속한 대로 분양원가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면돌파를 위해 은평뉴타운 분양가 결정 과정을 챙겼고 '은평뉴타운 관련 대시민 발표문'을 직접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 상태에서 분양가를 시민들에게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렸다. 토지 보상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추정치가 포함된 비용을 바탕으로 분양원가를 산정한다는 자체가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또 한번 어려운 이야기를 해봤자 해명으로만 비치고 서울시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다고 봤다.

서울시는 그럴 바에야 공정이 80% 이상 진행되는 내년 9월이나 10월께 정확한 분양원가를 바탕으로 분양가를 결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물론 내년 10월의 분양원가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상암 지구의 원가 계산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은평뉴타운 내 상업용지의 경우 언제 모두 팔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10월 분양가심의위원회가 발표할 분양가도 좀 더 구체적인 추정치를 바탕으로 한 '추정 가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이달 말 분양 계획을 1년 늦추는 게 결국 급한 불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오 시장은 "후분양제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일요일인 24일 자정까지 부시장, 관련 국장과 함께 발표 내용을 가다듬었고 25일 발표 직전까지 발표문을 수정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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