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세균이 한국인 위암의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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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흔한 위암이 특수한 세균의 감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새로운 이론이 국내에서도 점차 정착되면서 위암 예방백신의 개발가능성이 제시됐다.
위암을 일으키는 제1차적 병인으로 최근 국내의학계의 주요 연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균은 캄필로박터에 속하는 CP(캄필로박터 필로리)라는 나선형세균이다.
최근 열린 대한미생물학회 학술대회에 특강 연사로 초청된 경상대의대 이광호교수(미생물학)는 『우리나라 사람은 주로 위안에 1세때부터 이들 세균이 감염하기 시작, 3세에서 25%, 5∼6세에서 50%, 10세에서 70∼80%, 20세에서 90%이상이 보균자가 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세균감염은 위점막층에 염증을 일으켜 만성위염, 위·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하기도하며 일부에서는 위암환자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과정에는 노화와 조직손상을 촉진하는 프리래디컬(유리기)이라는 물질이 작용한다. 세균에 감염돼도 건강한 사람은 계속 건강하게 지낼수 있으나 저항력이 떨어지거나 술·매운음식등 자극성있는 음식, 스트레스가 작용할때 질병을 일으킬수 있다.
이교수는 『미국·호주등에서도 이 세균의 보균율은 나이가 듦에따라 증가하지만 20대는 20%이하, 30대는 30%이하등으로 우리나라 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이같은 보균율의 차이는 한국인의 위암발생률이 미국등보다 10배이상 높은 주요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인에 위암발생률이 높은 것은 물론 매운 음식등을 많이 먹는 식생활과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대변·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세균에대한 예방백신의 개발이 가능하며, 이는 위암예방에 획기적인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에앞서 지난해 가을 서울대의대 송인성교수(내과)팀을 비롯, 한양대·인제대의대팀은 이 세균이 위염·위궤양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학계에 보고한바 있다.
이교수는 또 『만성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환자의 혈중비타민C농도가 괴혈병환자와 엇비슷할 정도로 낮아 비타민C 결핍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상기시키고 『사람이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비타민C의 현재 하루권장량이 너무 낮다』는 홍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채소류와 과일에 풍부한 비타민C는 암예방·노화억제에 유익하다고 권장되고 있으나 하루권장량은 미국에서 60mg, 한국에서는 55mg으로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C결핍은 각종 질환의 발생과 관계깊은 점과 사람처럼 비타민C의 합성효소를 갖고 있지 않은 기니피그(쥐의 일종)등에 대한 연구를 감안할 때 성인의 하루필요량이 2천4백mg(2.4g)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이교수는 주장했다.
또 위암예방에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질소·나이트로소 화합물」이 위내에서 합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아미노산·비타민E·유리아미노산·프리래디컬 제거물질등이 좋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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