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태 수습의 원칙(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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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 8일째 파행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KBS사태는 어제 열린 국회문공위에서도 상반된 의견으로 입씨름만 거듭했을 뿐 수습의 실마리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사태의 해결방안을 찾으려면 그 원인과 본질의 정확한 파악과 검증이 있어야 하겠지만 국회에서의 여야의 시각과 사장측과 노조측의 주장이 판이해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 여겨지기도 한다.
정부와 여당쪽은 사장의 선출과 임명의 적법성과 KBS노조의 제작거부의 불법ㆍ부당성만 내세우고,야당과 KBS노조쪽은 이사회의 사장선출과정에서 외압이 있었고 신임사장이 비민주적 인사이기 때문에 퇴진해야 한다는 각기의 주장에서 한걸음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KBS의 TV와 라디오 채널들은 거의 기본 편성 원칙도 없이 내용도 의미도 없는 화면과 음향을 송출하면서 전파를 낭비하고 있는 현실은 국민의 입장에선 몹시 딱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KBS 사원들이 우선 방송제작에 복귀하여 방송을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한다.
KBS 사원들이 방송의 민주화를 수호하고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를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그 충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개의 TV채널과 3개의 AM라디오,2개의 FM라디오 채널을 모두 포기하여 국민의 알권리와 즐길 권리를 오랜기간 몽땅 박탈해 버리는 것은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사장이 「비민주적」인사며 선임과정이 「불법적」이고 취임과정에서 성급하게 공권력을 투입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해서 이에 대한 대응이 방송인으로서 국민에 대한 의무와 사명을 팽개치는 방법이어야만 하는가 냉정히 성찰해 볼 일이다. 설사 신임사장이 비민주적 인사라 하더라도 지금 이 시대가 사장 혼자 거대한 조직과 인원을 뜻대로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어두운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KBS이사회와 정부쪽에서도 무조건 사장선출이 적법절차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그 적법성을 입증할 해명이 있어야 하겠다. 이미 사장선임에 참여했던 이사 중 한명이 사장선출에 외압과 회유가 있었다고 발설한 이상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명쾌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이 적법성만 주장한다면 국민에게도 설득력은 없다.
TV와 라디오 채널 7개가 모두 비정상적인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의아해 마지 않는다. 공영방송이 그 기능과 역할이 마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 유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위가 입을 다물고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국회와는 별도로 앞서 방송위는 회의를 소집하고 관계장관및 쌍방 당사자들을 출석시켜 진상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방송위가 KBS사장 임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지만 방송의 운용과 편성의 기본정책에 관여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방송의 파행을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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