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공개 논란 다시 불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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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단초는 서울시가 먼저 제공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18일 토지비.건축비 등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SH공사의 자료로는 정확한 분양원가를 알기 힘들다며 58개 세부 항목별로 분양원가를 다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참여연대는 최근 지자체의 분양가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공기관이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택지비.공사비 등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지만 그 정도로는 건설업체의 이윤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택법을 개정해 시.도 단위로 분양가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적정성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적정 분양가를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이미경.이목희 의원, 한나라당의 김석준 의원 등도 분양원가를 보다 자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에 더 이상 손대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과다한 이윤을 얻지 못하도록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선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며 "추가로 항목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원가를 밝히라는 것은 휴대전화의 부품별 가격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업체가 이윤을 과다하게 책정했는지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가 평당 분양가를 1000만원으로 정하고 상세한 원가를 밝혔다 하더라도 그게 적정한지 누가 검증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원가의 적정성을 놓고 마찰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잇따라 예상 외의 고가로 책정되면서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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