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으론 유엔 최고위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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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비(非) 고시 출신 첫 여성 외교부 국장으로 화제가 됐던 강경화(사진.51)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 부고등판무관(Deputy High Commissioner)에 임명됐다.

부고등판무관은 유엔에서 사무차장보 직급에 해당돼 강 정책관은 한국 여성으로는 유엔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 된다.

외교통상부는 19일 "강 정책관이 유엔 사무총장의 임명을 받아 내년 1월 1일부터 메르 칸 윌리엄스 현 부고등판무관으로부터 직책을 물려받게 된다"며 "인권보호와 교육 등 유엔 내 인권관련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정책관이 발탁된 데는 그가 2003년 3월부터 2년 동안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제48~49차)을 맡아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활약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물고 있는 반기문 장관을 수행 중인 강 정책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인권 업무 영역의 핵심인 판무관에 임명됐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며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인권 업무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본인의 관심사가 확고하고 그 분야에 확실한 실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그녀는 선친인 KBS 강찬선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KBS 영어방송 아나운서 겸 PD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유학(미 매사추세츠 주립대 언론학 박사)을 다녀온 뒤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세종대 영문과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관 등으로 근무했다.

강 정책관이 외교가에 알려진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통화를 통역하면서부터다.

그뒤 뛰어난 영어실력과 세련된 매너를 인정받아 김 대통령의 영어 통역사로 발탁됐으며, 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특채됐다. 장관 보좌관과 국제기구 심의관을 지냈으며 2001년 주 유엔 대표부 공사참사관에 임명돼 3년간 근무했다.

지난해 7월에는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는 최초로 외교부 국장급에 올라 화제가 됐다. 연세대 공대 컴퓨터과학과 이일병 교수(53)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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