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 속삭임 잘 들립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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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음악소리가 큰 공연장도 대표적인 난청유발지역이다.

난청 하면 노인층에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10년간 난청환자를 조사한 결과 뜻밖에도 난청은 20대 8.3%, 30대 11.3%, 40대 13.9%, 50대 17.7%로 60대(16.9%)에 비해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세 미만 영유아군도 14.6%를 차지해 난청에 대한 사회 경각심을 촉구했다. 과거 난청은 노화의 한 현상이었지만 이제는 전 연령대에 고루 분포하는 일반 질환이 된 것이다.

이른 나이에 난청이 급증하는 것은 왜일까?

귀는 바깥에서부터 크게 외이(外耳), 중이(中耳) 및 내이(內耳)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부분이 외이다. 또 고막과 내이 사이에 공기가 차 있는 공간을 중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세 개의 작은 뼈들이 있어 고막과 내이 사이의 소리를 전달해 준다. 마지막으로 내이는 외이와 중이를 통해 전달된 소리를 분석해 뇌로 정보를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고막→이소골→내이의 달팽이관→중이→외이→청신경 순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여기서 소리가 이어지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고장나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갓난 아이의 선천성 난청은 주로 내이가 망가져 생긴다. 반면 어린이나 청소년은 삼출성 중이염과 같이 귓속에 염증이 생겨 나타난다. 염증성 물이 고여 소리 전달 ‘부품’이 망가지면 감각신경성 난청이 되는 것이다.

30∼40대 난청은 고음에 노출되는 생활환경과 관련이 있다. 작업장·사격장 또는 공연장 등이 대표적인 난청 유발지역이다. 오랜 시간 좁은 장소에서 시끄러운 음악과 PC게임의 소음에 노출되면 4000㎐ 이상 높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음 장애나 귀울림 현상이 생긴다.

나이 들어서까지 젊은 귀를 갖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첫째, 과도한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말라는 것.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선 반드시 귀마개를 사용해야 한다. 보통 선반 가공 공장에서 나는 소음이면 청각장애 가능성 기준인 90dB(데시벨)을 넘는다. 특히 젊은 층이 애용하는 워크맨이나 MP3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이어폰 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90dB이 넘기 쉽다. 최근 유행 중인 오토바이 폭주 시 굉음도 청각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삼가야 한다.

둘째, 귀를 너무 자주 파지 말아야 한다.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 중 자주 귀를 후벼 발생한 물리적 손상도 원인에 들어간다. 귀에 물이 들어갈 경우에도 솜이나 이물질을 넣지 말고 머리를 숙이고 제자리 뛰기를 해 물을 빼내야 한다. 따뜻한 돌 등을 귀에 대 자연스럽게 말리는 것도 한 방법.

셋째,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감기에 의한 중이염은 청각 기능에 손상을 준다. 따라서 감기가 만성화할 경우 반드시 이비인후과 치료가 필요하다. 장기간 중이에 물이 고이면 고막과 주위 뼈가 상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만성 염증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넷째, 고혈압·당뇨병 등 지병을 주의해야 한다. 성인병 등 지병의 영향으로 청각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혈압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커피나 콜라·담배 등 신경자극제와 짜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항생제 주사를 장기 투여받았을 때도 청력을 손상할 수 있다. 특히 스트렙토마이신이나 겐타마이신 등의 항생제 주사가 청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원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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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중앙일보 건강팀장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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