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의료기관 '오목교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하철 5호선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0·회사원)씨는 서울 양천구 오목교 전철역을 나설 때마다 목동지역의 위상을 실감한다. 몇 개월 사이에 높이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도 그렇지만 그의 눈에 띄는 것은 따로 있다. 엊그제 전철역 출구에 병원이 들어선 것을 보았는데, 며칠이 지나면 또 다른 쪽으로 병·의원 개원준비가 한창이다. 가만히 보니 전철역 주변 곳곳에 병·의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병원들은 저마다'새로운 서비스''최신시설 고품격 서비스'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환자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목교 전철역 주변이 서울 서부지역의 새로운 의료기관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역 주변으로 병·의원들이 잇따라 개업, 주거 최적지로 떠오른 목동의 절대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의원 개원 러시
=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양천구 목동 일대에서 가장 큰 병원은 이화여대 목동병원이었다. 785병상 규모로 1993년 7월 문을 연 이 병원은 지금도 이 일대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크다.

하지만 지하철 5호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목교역이 출구를 트면서 병·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달 5일 현재 700여 병·의원이 개업 중인 양천구에서 오목교 전철역을 중심으로 목동과 신정동에 주소를 둔 병·의원은 141곳. 양천구 전체 병·의원의 의 20%를 웃도는 숫자가 이곳에 몰려 있다.

이들 가운데 80%인 114곳은 96년 이후 개원했다. 올 들어서도 병·의원들의 오목교역 진출은 여전하다.

인천에서 무릎 관절염 전문병원으로 명성을 얻은 힘찬병원이 지난 8월초 오목교역 4번 출구 동신목동한방병원 옆에 새 병원의 문을 열었다. 비수술 척추디스크 치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자생한방병원의 제3호 분원인 목동자생한병원도 같은 달 오목교역 6번 출구 앞에서 개업했다.

두 병원을 비롯, 올 들어 개원한 병·의원이 모두 15곳에 이를 정도다.

◆왜 오목교인가
= 5차례에 걸친 부분 개통 끝에 96년 말 모든 공사를 끝내고 개통된 지하철 5호선은 서울 시내를 동-서 방향으로 관통한다. 5호선이 열리면서 서울 서부지역의 중앙에 자리잡은 오목교역은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주요 관심지로 부상했다.

강남에 뒤지는 'No.2'로만 보였던 목동 일대가 서울과 인천을 아우르는 서남부 지역의 고급 주거단지로 부상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게다가 현대 하이페리온과 삼성 트라팰리스 등 고급 초고층 주상복합빌딩들이 앞다퉈 목동의 핵심 전철역인 오목교역을 중심으로 준공됐거나 들어서고 있다.

주상복합빌딩 외에도 이곳에는 14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다. 따라서 병·의원들로서는 교통의 요지인 오목교역을 최고 명당 지역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동극 양천구보건소 의무팀장은 "쾌적한 주택단지로 목동이 급부상하면서 매달 1~2곳이 계속 문을 여는 등 오목교 역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이 속속 들어오고 있어 양천구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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