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쟁서 이겨야 한다/막아야 할 수입상의 한국 이탈 현상(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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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수출상품의 불량률이 높아 해외 고객들이 다른 나라로 수입선을 바꾸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수출구매업협회가 4백54개 구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한국수출상품의 불량률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해외 바이어의 이탈이 늘고 신규 거래선의 발굴에도 애로가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근년들어 우리는 수출주력상품인 전자제품ㆍ자동차ㆍ섬유 등에 클레임이 걸리는 일이 많아졌다는 보도를 자주 접해왔다. 품목에 따라서는 불량률이 과거에 비해 4배 이상 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제품의 불량률이 높아지고 클레임이 자주 걸린다는 것은 우리 수출상품의 품질이 그만큼 떨어지고 기능면에서 안심하고 쓸 수 없는 제품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우리가 이같은 사태를 가볍게 들어넘길 수 없는 것은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객이탈이나 수출감소도 심각한 문제지만 나아가 한국상품 전체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평가절하케 함으로써 앞으로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 명성을 쌓아올리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한번 무너진 신용과 평가를 회복하는 데는 그 몇십배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보고 느끼고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 사회에서 우리 상품이 신용과 평가를 잃고 있다면 그 후유증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두려운 일이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높은 임금상승과 원화의 평가절상으로 가격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황이다.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제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새 제품을 개발하거나 이미 있던 물건이라도 품질과 성능을 높여 비싼 값을 받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새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니며 장기간의 기술개발 노력과 방대한 투자를 전제로 한다. 그런 만큼 우리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길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한때 국제무대에서 값싸고 품질좋은 상품이란 평가를 얻었던 우리상품이 요즘처럼 평가절하를 받게 된 데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경영,근로자들의 근로자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근로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한사람 한사람의 정성과 노력이라 할 수 밖에 없다.
그 근로자들의 손끝이 무뎌졌다면 이는 그동안의 노사분규와 그로 인한 직장 분위기의 이완,조직의 균열과 소원해진 인간관계 등이 근로자들의 자세에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면 노사협의한 한때의 분규는 그것으로 끝낼 줄 아는 지혜와 절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다행히 최근 각 기업의 작업장에서는 품질관리운동이 다시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남은 노사협의 기간이나 그 이후의 작업환경 조성에 근로자들이 권리와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그어 협의가 끝난 후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온갖 힘을 경주하는 직장풍토의 조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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