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와 결별은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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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고슬라비아는 자본주의의 도입이 불가피하며 이는 공산주의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유고 서부 슬로베니아공화국 류블랴나의 요제 멘칭거교수는 주장했다.
류블랴나의 에드바르다 카르델리아대 경제학 교수인 멘칭거박사는 심지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는 서로 융합할 수도 없으며 융합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멘칭거박사와의 일문일답.
―유고경제의 당면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로 사회소유제도이고 두 번째는 국가통제시장기능이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은 1980년대부터 유고경제 악화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려는 유고에 가장 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고의 자본주의 도입 노력은 공산주의 포기를 의미하는가.
『유고경제가 회복되자면 자본주의 경제도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개인소유 제도와 시장경제 도입을 위해서는 사회소유제와 국가통제경제를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공산주의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고에서 사회주의 경제의 도덕성이란 무엇인가.
『유고경제는 1957년이래 수 차례에 걸쳐 개혁과 반개혁이 반복되는 격동의 역사를 갖고 있다. 개혁이 시도됐다가 정부에 의해 개혁 억제정책이 등장하고 다시 개혁으로 나아가는등 전진과 퇴보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사회주의 경제의 약점인 생산성 하락만 거듭했다.
즉 국민들이 기대는 많이 하고 일할 태세를 갖추지 않게 된 것이다.』
―유고 경제의 전망은.
『티토가 집권하기 전인 1930년대의 경제성장기로「회복」될 것인가 경제쇠퇴기인 1947년대로 되돌아갈 것인가가 우리의 관심의 초점이다. 이 두 연대도 모두 성장과 퇴보의 기간이다.
유고경제는 2000년대로의 도약보다 우선 이같은 과거로의 회귀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우려의 연속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할 경우 전향적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도입도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마르크시즘은 19세기의 학설로 이미 역사적 유물이 되고 말았다. 이 학설은 이제 더 이상 20세기의 학설이 아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와 마르크시즘의 융합은 불가능하며 사실상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유고에는 아직도 공산당이 유일 집권당으로 남아있지 않는가.
『유고경제가 살아나자면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야 한다. 정치가 경제에서 손을 떼면 경제가 훨씬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제격차등이 이유가 된 지역·민족간 분쟁도 정·경이 분리되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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