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 멤버? 아니, 나도 주전! 베어벡호 간판들이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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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예선 대만전(6일)을 이틀 앞둔 4일, 파주 NFC에서 행한 축구대표팀 훈련 도중 베어벡 감독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파주=뉴시스]

2일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전에 선발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중 만 30세 이상은 한 명도 없었다. 젊은 주전들이었지만 강력한 압박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핌 베어벡 감독 취임 이후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만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세대교체와 전술 변화로 주전의 얼굴이 바뀌는 포지션이 생겨나고 있다.

◆ (골키퍼) 이운재 → 김영광

이운재(수원 삼성)의 부상이 주전 경쟁의 계기가 됐다. 대만전에 이어 이란전에도 김영광(전남 드래곤즈)이 골문 앞에 섰다. 베어벡 감독은 "이운재가 최근 4주간 실전을 뛰지 않아 반사 동작이 느려졌다"고 말했다. 실전 감각은 주전 골키퍼를 정하는 필수 조건이다. 이운재는 4일 연습경기에서 골키퍼로 나서 실전 감각을 살렸다. 대만전(6일 오후 8시.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다시 이운재가 뛸 가능성이 있다. 이운재는 "부상은 완쾌했다. 최선을 다해 돌아오는 기회를 반드시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최근 A매치 경험이 많은 김영광이 더 이상 이운재의 '백업' 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중앙수비수) 김영철.김진규 → 김상식.김동진

베어벡 감독이 치른 두 경기 모두 김상식(성남 일화)이 풀타임 출전했다. 반면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과 프랑스전에 선발로 나섰던 김영철(성남)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김영철은 1대1 능력이 뛰어나고 김상식은 공중볼 처리와 패스가 좋다. 베어벡 감독이 패싱 게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김상식을 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규(이와타)도 이란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영표(토트넘)가 공격으로 나갔을 경우 왼발을 쓰는 김동진(제니트)이 커버하는 게 좋다"는 베어벡의 판단 때문이었다. 왼쪽 윙백 자리에 현재 이영표를 능가할 선수가 없는 만큼 김동진의 센터백 기용 가능성도 커진다. 이란전에서 몇 번의 실수도 있었지만 김상식-김동진 콤비는 미드필더와의 호흡과 대인 마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 (미드필더) 이을용 → 이호

아드보카트호의 주전 미드필더 한 자리는 이을용(FC 서울)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란전에서 이을용은 후반 교체 멤버였다. 거친 러시아 리그를 경험한 이호(제니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호는 더욱 강력해진 몸싸움으로 이란의 분데스리거들을 제압했고, 공격 가담도 적극적이 됐다. 그러나 올해 초 다친 종아리가 복병이다. 이란전에서도 같은 부위를 다친 이호는 4일 러닝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 (공격수) 이천수.안정환 → 설기현.조재진

독일 월드컵 세 경기 모두 오른쪽 윙포워드는 이천수(울산 현대)의 자리였다. 설기현(레딩)은 좌우를 전전하며 교체 멤버로 두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거로 변모한 설기현은 이란전에 선발 출전해 MVP급 활약을 펼치며 전방 오른쪽을 지배했다. 설기현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오른쪽에서 이천수가 선발로 출전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더구나 이천수는 허벅지 부상이 악화돼 4일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조재진(시미즈)과 안정환의 주전 스트라이커 싸움도 조재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파주=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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