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추가지원엔 "글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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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이라크 결의안이 지난 16일 우여곡절 끝에 만장일치로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했지만 국제 사회가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결의안의 골자는 ▶다국적군을 이라크에 파병하고▶각국은 재건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 그러나 결의안 통과 직후 러시아.프랑스.독일은 공동 성명을 발표, "(비록 결의안이 통과됐지만)이라크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파병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명분과 실리=유럽 등 국제 사회는 결의안 통과를 일단 환영했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반가운 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등 3국은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실제 결의안대로 지원에 나서는 것은 별개임을 밝혔다.

유엔과 세계은행은 2007년까지 이라크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 3백60억달러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이 요구한 재건 비용 지원에 나선 나라 또는 국제기구는 미국 2백억달러, 영국 2억5천만달러, 스페인 3억4천여만달러, 일본 15억달러, 유럽연합 2억3천여만달러 등에 불과하다.

결국 독일.프랑스 등이 나서 스스로도 비용을 분담하고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갹출을 촉구해야 하지만 '돈줄'인 두 나라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 15일 "향후 5년간 34억~40억달러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역시 세계은행의 회원국이자 재정국인 독.프가 이를 승인해야 가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오는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지원국 회의에는 미국.영국은 물론 독일.프랑스.러시아.일본과 우리나라 등 50여개국과 유엔.세계은행 등이 참석해 이라크 지원을 논의한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다수 유럽 국가가 지원에 난색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당분간)미국의 병사들과 납세자들이 이라크라는 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결의안 해석 제각각=미국은 결의안의 만장일치 통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핵심 인사인 무아파크 알루바이는 "결의안 통과로 미국의 역할은 줄고 유엔의 역할이 증가하게 됐다"며 유엔의 개입을 강조했다.

역시 과도통치위원인 아흐마드 찰라비는 "이라크 주권은 이라크에 있음을 유엔이 명시했다"고 평가했다. 1년 후 다시 다국적군의 역할을 재검토한다는 결의안의 규정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막판까지 미국과 결의안 협상을 벌였던 러.독.프는 1년 후 이라크 혼란 상황이 진정되지 못하면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이라크 재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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