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나의 힘] 8. 은막스타 고은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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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60~70년대 스크린의 연인이었던 고은아(57.사진)씨는 "부끄럽다"며 입부터 가렸다. 지금도 서울극장 대표로 영화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행복한 나눔' 활동에 대해 묻자 "저는 단지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겸손해했다.

서울 청담동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건물 1층에 있는 '행복한 나눔'은 상설 바자 매장이다. 이웃들에게 기증받은 중고품과 재활용품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다. 고씨는 지난 2월 행복한 나눔의 대표로 선임됐다. "더 능력있고 신앙이 깊은 분이 맡아야 한다고 판단해 처음엔 거절했어요. 평소 나서는 것을 즐겨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결국 제 소임이란 생각에서 승낙했습니다."

그는 다음달 3일을 기다리고 있다. 어두웠던 매장 공간을 밝게 손질해 다시 문을 여는 것이다. 집에서 쓰다 남은 것, 아이들이 커서 못 입게 된 옷, 유행이 지난 물건이 있으면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고씨는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종교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화를 찍었던 시절 잠시 교회에 빠진 적은 있었으나 그외엔 예배를 거른 적이 없다. 지금도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 여닫는다. "살다 보면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신앙은 구심력과 비슷해요. 줄에 매달려 회전하는 돌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절대자 하나님은 일탈하려는 저를 항상 안으로 당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는 '나눔과 섬김'의 의미를 그가 80년부터 15년 연속 진행했던 기독교 방송의 '새롭게 하소서'에서 실감했다. "당시만 해도 이웃 돕기 공개 프로그램은 전무했습니다. 일종의 신앙 간증 프로그램이었는데 불우 이웃을 돕는 코너를 고정 편성했어요.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해주고, 장애자에게 휠체어를 보내고…. 방송을 통해 희망을 찾은 사람들을 볼 때 저도 힘이 솟았습니다. 사명 같은 걸 느꼈다고나 할까요."

고씨는 인생의 긍정적 측면을 키워가는 게 신앙의 요체라고 말했다. 선과 악, 기쁨과 고통이 혼재한 세상에서 밝은 쪽을 북돋우면 어두운 쪽은 자연스레 줄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렇게 깨달으면 세상이 예전과 완전히 다르게, 예컨대 뿌연 필터가 한꺼풀 벗겨져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도 좋지요. 대단한 감동을 줍니다. 하지만 오래 가진 못해요. 영혼이 한 두 시간 쉬어가는 곳이죠. 하지만 신앙은 달라요. 영원한 기쁨을 선사합니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죠."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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