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은 가까워져야 한다/육군참모총장의 군 혁신론을 보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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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방은 안보의 종속개념이지만 안보의 핵심은 국방이고 따라서 그 1차적 담당주체인 군의 역할과 책임은 언제 어떤 사회에서나 막중한 것이다.
「유능하고 건강한」 군의 존재는 한 국가 사회의 안전과 발전을 담보,기약해주는 가장 확실한 토대이자 전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군의 역할을 가능케 해주는 기본 요건은 국민의 지지와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최근 이종구육군참모총장이 「지휘서신」을 통해 군이 자기혁신 노력으로 환골탈태의 면모를 갖추도록 촉구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는 바다.
그동안 우리 군은 국가보위와 사회발전에 큰 희생과 공헌을 했음에도불구하고 61년 5ㆍ16 군사쿠데타를 시발로 한 「정치참여」를 계기로 대국민관계에서 부정적 측면도 컸다.
우리는 유신이래 18년 동안 군이 국내정치에 휘말려 본의 아니게 국민과의 관계가 소원해져온 데 대해 크게 우려해왔다. 권위주의시대의 권력자들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앞에 위기를 느꼈을 때 곧잘 비상조치ㆍ계엄령 등 군을 정치에 이용하는 작태를 보여왔다.
특히 80년 5ㆍ17과 광주항쟁을 거치며 민­군관계의 갈등은 악화됐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군과 권위주의 정치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 결과 6ㆍ29선언이 있은 후에도 마치 군이 문민화의 시대적 대세에 적대적 집단인 것처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민­군관계는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에 지극히 위험스러운 것이며 안보의 핵심으로서의 군의 역할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그런 우려를 군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육군참모총장의 「서신」이 부자연스러웠던 민­군관계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군쪽의 의도를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총장은 『90년대는 국제적 불안,북의 도발위험 등 각종 도전과 위협을 극복해 21세기 태평양시대의 주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국가적 명제 앞에서 군은 원대한 국가목표를 뒷받침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략환경과 국민의식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그동안 우리군이 과연 내적으로 선진군대다운 모습을 제대로 갖추어왔으며 외적으로는 국가방위를 위한 군의 제반활동을 올바로 이해시켜 왔느냐는 냉정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군의 새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외지향적 자구노력도 있어야 하나 그보다는 자기혁신의 노력으로 군의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의 1차적 과제는 군본연의 상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본연의 상을 확립하려면 먼저 군이 군의 기본임무에만 전념하는 자세로 전환하여 군이 제자리를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우리는 서신에 나타난 상황인식과 방향설정에 공감하면서 육군 수뇌부의 이같은 의지가 전군에서 실천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역사적인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내외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는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행동양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같은 변화와 적응의 과정에서는 군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군은 이총장의 말대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 1차적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 중립일 것이다. 그 요체는 직업군인제의 확립,군의 전문화,군의 민간통제 강화라고 본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고 한편으로는 국방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온 미군의 감군이 시작되는 시점에 와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군의 건실한 역할과 이를 뒷받침할 국민의 지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단계에 와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번 「서신」이 민­군관계의 새로운 정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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