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펼쳐진 “한인 설날잔치”/하바로프스크서 수백가족 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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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속춤에 노래부르며 흥 돋워/시 당국서도 축하 메시지 보내
【노보스티 본사특약】 소련에 살고있는 한인들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하바로프스크시에 모여 설날잔치를 벌였다.
한인 수백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하바로프스크시의 대형 식당가인 유즈니 쇼핑센터에 모였다. 이들 가운데는 한인들과 결혼한 소련인 친척들도 다수 참석했다.
다음은 본보와 특약을 맺고있는 소련 노보스티 통신이 3일 텔렉스로 보내온 하바로프스크 설날잔치의 표정이다.
잔칫상은 한국 전통음식과 소련음식들로 그득했다. 벽에는 『새해에는 남북한이 통일되길 기원합니다』 『온세계에 축복이 내리길 기원합니다』라는 한글 축원문이 걸려있었다.
최근 설립된 하바로프스크 한국 문화센터의 주지몽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설날에 우리 모두가 이처럼 한자리에 모인것은 처음입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우리는 오늘 이자리에 모여 설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과 한마음이 가득하길 기원합시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하고 덧붙였다.
마이크는 설날을 맞아 그자리에 모인 동포들을 축하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졌다.
하바로프스크시 당국의 축하 메시지도 낭독됐다.
한국의 민속춤과 가요공연이 있었으며 참석자들은 서로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를 나누었다.
하바로프스크 한인 위원회 이주항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날의 의미를 설명했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뒤 지난 20년대와 30년대 초반까지 소련당국은 우리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해서 하바로프스크에는 한인 집단농장과 협동조합은 물론 한인학교도 있었습니다.
이후 소련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물질적인 지원이 끊겨 학교는 문을 닫고 이때문에 우리 어린이들은 모국어를 배울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동포끼리의 동포애도 식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설날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 문화와 관습을 되살렸다는 긍지를 갖게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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