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지 몰랐던 것 미안해 엄마가 너의 미소 지켜 줄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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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수술을 앞두고 경기도 분당 친척 집에 머물고 있던 김민항(6) 어린이가 28일 엄마와 함께 킥보드를 타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중앙일보와 ㈜진로가 지난달부터 희귀난치병 아동을 돕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12억원을 모아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희귀난치병 아동 가족의 사연을 연말까지 매월 한 차례씩 게재한다.

"수학이 제일 하고 싶어요."

뇌 혈관이 점점 좁아지다가 사라지는 '모야모야 병'을 앓고 있는 여섯 살 김민항 어린이. 민항이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수학 문제 풀기다. 또래들처럼 더하기, 빼기 문제의 답을 척척 적어 보고 싶어서다.

민항이는 문제 풀이를 좋아하고, 가르치지도 않은 영어 단어를 술술 읽을 정도로 똑똑했던 아이다. 그랬던 아이가 요즘 팬티를 바지 위에 입는가 하면 TV 끄는 법을 잊어버려 쩔쩔맨다. 엄마 전미숙(34)씨는 이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한다.

돌아보면 엄마는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풍선을 부느라 혈관이 갑자기 좁아져 손이 저릴 때 "엄마, 손이 비틀비틀해요"라고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열도 없이 머리가 아프다고 할 때 응석이라 여겼던 것도 미안하다. 성장통이란 말에 그냥 넘기다 뇌경색에 이르고 만 1년여가 가슴에 사무친다. 전씨는 "모야모야 병이 더 많이 알려져 다른 아이들은 뇌경색이 오기 전에 조기 진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망설이다 취재에 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씨는 "부모뿐 아니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들이 희귀 질환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면 조기 치료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되돌아보면 후회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울지 않는다.

아이의 병을 알게 된 지난해 6월 엄마는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 눈물을 멈추게 한 건 민항이였다. "엄마, 모야모야 병이 뭐예요? 엄마 눈에 눈물 나는 병이에요? 민항이도 슬퍼져 눈물 나요."

아이는 엄마에게 더 큰 선물도 줬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의 참뜻을 알았죠. 달리기 1등, 공부 1등…. 얼마나 많은 욕심을 갖고 살았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7월 뇌에 혈관을 옮겨 심는 첫 번째 수술을 받을 때도 민항이는 또 한 번 엄마를 울게 만들었다. 민항이는 무서워하지도 아프다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엄마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민항이는 이제 두 번째 뇌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는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할 일이 걱정이다. 모야모야 병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담임 교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고 한다. 병에 대해 설명하고, 응급 처치에 대해서도 알린다. 모야모야 병을 앓는 아이에게 특별한 맞춤 교육을 한다는 일본이 부러울 따름이다. 전씨는 "막연한 희망을 넘어 부모가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엄마의 걱정을 단번에 사라지게 하는 것도 민항이다. 엄마는 민항이를 잘 웃는 '스마일 베이비'라고 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민항이가 씩 웃는다. 이런 미소를 요즘에는 살인미소라고 하던가. 엄마는 또 한번 다짐한다. "민항아, 그 미소를 꼭 지켜 줄게. 사랑해."

김영훈 기자, 오지예 인턴기자<filich@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모야모야 병=혈관이 좁아지거나 사라져 뇌혈관 사진을 찍으면 마치 담배 연기가 공기 중에 흩어지는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모양을 표현하는 일본어 '모야모야'에서 비롯된 병명이다. 10세 이하 어린이와 젊은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심하면 뇌경색.마비.인지장애.경련 등이 일어난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국내에서 최소 600여 명 이상이 앓고 있고,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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