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담 성사시켜라/북은 단일팀 구성에 성의 보이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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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한 관계회담 중에서 가장 정치적 성격을 띠지 않은 까닭으로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체육회담이 여덟번째 회의를 거치면서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체육회담은 북한측이 가장 성의를 보여온 분야였다. 지난달 22일에 열렸던 제6차 회담에서 북한측은 최대 난제로 여겨졌던 1인 단장 선임문제와 공동사무국을 서울과 평양에 각각 설치하는 문제 등 정치색 짙은 문제가 포함된 10개항에 동의함으로써 돌파구를 여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7차회담에서 북측은 이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6개항의 부칙을 거부함으로써 회담 전망을 흐리게 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북측의 어정쩡한 태도가 결국 합의를 못이루게 된 책임을 남한측에 뒤집어 씌우고 오는 9월 북경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에 남북한팀이 다같이 참가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나오고 있다는 의구심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의 현안인 고위당국자회담ㆍ국회회담ㆍ적십자회담 등 정치ㆍ인도적 성격의 회담은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제안했던 「남북간 자유왕래와 전면개방」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신뢰구축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이를 위해서는 가장 정치적 성격이 작은 체육회담부터 성사시키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남북간에 수백명의 인원 교류를 가능케 할 단일팀 구성작업은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위한 길도 터줄 수 있는 지름길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체육회담이 본래의 목적인 단일팀 구성에 한정되지 않고 남북관계 전반의 호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과 같은 비중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왔다.
북한측이 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부칙을 무용한 것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북한이 개방과 교류의 문을 열 의도가 없음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 아닌가 의혹을 품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혹을 풀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실행하기 위해 북한이 성실한 태도를 보이길 우리는 촉구한다.
북한은 지난해 동구에서 일어난 탈이념적 정변에서 위협을 느끼고 더욱 체제를 폐쇄의 방향으로 옭아 매려들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체제내부를 개혁하고 점진적으로 서방세계에 문호를 여는 것이 그들이 당면한 난국을 극복하는 길임을 자각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동구의 변혁 물결이 당장은 아시아 공산국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몽고와 캄보디아에서 보는 것처럼 변혁의 흐름은 아시아 변방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혁은 시간의 간격은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북한도 겪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태가 루마니아에서 본 것처럼 충격적으로 오는 것은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남북 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때늦기 전에 변화의 대세에 적응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 첫걸음이 남북관계에 있어 대결 의식을 버리고 공존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며 남북간 교류와 체육회담의 성사야말로 그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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