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씨 SK 돈 뜯어내기 권노갑·박지원씨와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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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구속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혐의는 정치인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먹는 검은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이른바 '뒤봐주기'를 구실로 한 공생(共生)식 거래다.

특히 崔씨가 깨끗함을 상징으로 내세운 참여정부의 실세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새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崔씨의 구속영장에는 그가 친분이 두터운 부산은행 간부 출신 이영로(중병으로 입원)씨와 치밀하게 계획해 지난해 12월 SK의 돈을 챙긴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다.

당시 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건 등 SK그룹은 안팎으로 현안이 쌓여 있었다.

崔씨는 이런 상황, 그리고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민주당의 기업 관련 대선 공약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구체적으로 孫회장이 '재벌개혁 정책''친(親)노동자 정책'등의 공약에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정책 추진 과정이나 SK그룹의 기업활동과 관련해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 관계부처의 협조나 지원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崔씨가 대선 과정에서 진 빚을 갚는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崔씨가 李씨를 통해 돈을 요구한 시점은 盧대통령 당선일인 12월 19일이었고, 그 엿새 뒤 崔씨가 孫회장으로부터 직접 CD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 직후에 당선자 측근이 대기업에 거액을 요구하고 대기업이 이에 즉각 응한 것이다.

액수와 정황은 다르지만 종전의 기업 관련 사건과 닮은꼴이다. 최근의 사례로 현대비자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1백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현대의 사업 편의를 봐 준다"는 약속을 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운이 없어 들통난 정치인과 기업만 단죄할 게 아니라 그릇된 관행을 단절할 수 있게끔 엄정한 수사를 해야 또 다른 崔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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