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을 열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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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켜켜이 쌓여온 갈등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 민주화의 진통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런 추세로 드높아가고 있다.
압제와 독선의 정치체제가 해체되는 과정속에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흔들리고 새로운 욕구가 분출되면서 지역과 계층마다,산업현상과 교육현장마다,또 이웃과 가족마저 분열과 갈등,반목과 대립의 격심한 열병을 앓아왔다.
어떻게 하면 갈등과 대립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화와 화합의 길을 열어나갈 것인가. 이 사회적 명제를 풀어가기 위해 중앙일보가 새해 벽두부터 벌이고 있는 『마음의 문을 열자』는 기획 연재물은 닫힌 문을 열어 젖히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화합의 장을 열어가는 실천의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감명을 안겨주고 있다.
정초만 되면 어김없이 망향의 동산을 찾아 분단의 철조망이 헐리기를 갈망하는 이산 3대 홍공식옹의 소망,화합의 지혜를 한데 모아 죽어가는 회사를 살린 구로공단 로옴코리아사의 노사화합,극한 투쟁으로 사제간이 원한의 관계로 치달았던 서울교대의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 모여 『다시는 극한 투쟁을 하지 말자』는 화기에 찬 대화,영호남의 벽을 허물고 사랑의 화합을 이룩한 김광한씨 부부이야기….
분단의 장벽,노사간의 갈등,사제간의 대립,지역간 편견을 스스로 허물고 마음의 빗장을 뽑아버린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화합의 실천 모습이다.
장애자와 혼혈아에 대한 편견을 벗어던지는 일,또 굳게 닫힌 아파트의 문들을 열어 놓으면 한 마을 한 식구의 공동체의식을 형성해 가는 서울 길동 프라자아파트나 금석실업의 「함께 어울리는 삶」의 모범속에서 우리는 공동체사회로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갈등없는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갈등이 반목과 대립만을 위한 갈등이 아니라 보다 나은 화합을 향한 진통이어야 하고 상호보완을 통해서 보다 성숙된 삶을 일구기 위한 긴장관계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문을 열자는 캠페인은 두루뭉수리로 모든 문제를 깔아 뭉개고 없던 일로 하자는 데 그 뜻이 있는 게 아니다. 제기된 문제를 합리적 사고를 통해 토론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며 발전의 방향을 찾자는 데 있다. 감정적 편견을 벗어나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을 한단계 성숙시켜 공동체 문화를 창출하자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집 빗장은 걸어 잠근 채 남의 집 문이 열리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자신의 편견은 그대로 쌍아놓은 채 남의 편견만을 탓할 수는 없다. 자신의 이익과 자기집단의 이익만을 주장한 채 타인의 불이익과 타집단의 양보만을 요구할 수 없다. 개인적ㆍ집단적 이기주의에서 내가 먼저 탈피하면서 타인의 연대감을 요청할 때에야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화합의 의식,공동체의식이 살아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시대」가 몰고 왔던 아집과 대립의 혼란이 청산되고 사랑과 화합의 「우리 시대」가 새롭게 열리는 새해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제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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