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 노조의 신선한 선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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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간의 정면대립 일보 직전에서 노조측이 합의의 과정을 거쳐 강경투쟁노선을 철회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이번 결정은 새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하고 환영할 일이다.
새해 노동운동의 향방을 가늠할 전초전으로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현대자동차의 「특별상여금 투쟁」이 극한상황을 피했다는 사실도 다행한 일이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노조측의 결정이 합리성과 합법성의 윈칙에 따라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사려깊은 선택을 취하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일이다.
특히 노조대책위가 「노조소식지」를 통해 『이번 노사분규가 경험부족과 의욕이 앞선 나머지 다소 안일한 사고방식에 젖어 무계획적으로 시작됐다』는 솔직한 잘못 시인은 지난 3년간 감정을 앞세운 노사투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명쾌한 입장천명이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자세가 돋보이게 된다.
물론 노조측이 회사측 안을 수용하고 강경투쟁을 철회했다 해서 무노동­무임금의 원칙 적용이 선례로 남았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그 원칙의 수용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가 중시코자 하는 바는 합리성과 합법성을 배제한 강경투쟁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노조측이 현실 인식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지난 3년의 투쟁 경험을 통해 노사분쟁 해결 자세가 한단계 성숙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 될수 있다.
가장 치열했던 지난 2년간의 노사분규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한 노조위원장이 그의 퇴임사에서 『앞으로의 노동운동은 국민의 공감을 얻느냐,얻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역설한 바도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기본토대가 합리성과 합법성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없고 그 원칙에 따라 노동운동의 향방을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이룩해야 함이 지난 노사분규의 갈등기간을 통해 우리 모두가 공감대로 형성하고 있는 기본틀이 된다.
현대자동차의 상여금 투쟁 종결과정이 바로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의 기본틀에 맞는 모범적 선례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이고 이것이 향후의 노동운동 향방에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돼 있는 전노협의 결성을 앞두고 정부와 노조측이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고 이번의 상여금투쟁 종결방식이 그 긴장관계를 이완시키면서 전노협결성을 위해 노조측이 벌이는 위장된 수법일 수도 있다는 부정적 관측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노협 결성여부에 앞서서 기업주나 노조측이 명심해야 할 일은 합리성과 합법성,그리고 대화와 설득이 용인되지 않는 어떤 형태의 노사분규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또 국민적 공감대를 상실한 강경일변도의 임금투쟁과 노조억압은 결국 국민경제를 후퇴시키는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인식을 무시할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상여금투쟁 종결과정이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앞으로의 노동운동이 합리성ㆍ합법성을 근거로 해 대화로 풀어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당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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