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0억대 가압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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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바다이야기'의 제조.판매사인 에이원비즈와 지코프라임이 예금과 부동산 등으로 보유 중인 500억원대의 자산을 가압류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최근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며 "향후 회사 대표 등의 금융계좌와 부동산 등을 몰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죄를 범해 취득한 수익을 국가가 몰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법은 '범죄 수익'뿐 아니라 '범죄 수익에서 유래한 재산'도 환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1월 이후 사행성 게임 제조업체와 게임장, PC방 등의 불법 수익 1450억원에 대해 추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에이원비즈와 지코프라임은 지난해 매출 3000억원에 900억원대의 순이익을 냈으며, 이 중 수백억원이 차용관(35.구속 기소) 에이원비즈 대표 등 회사 관계자의 계좌에 남아 있다. 검찰은 이들이 매출을 누락하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비자금을 정.관계 로비에 썼는지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날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게임산업개발연구원을 압수수색했다. 영등위는 바다이야기 등 게임기의 심사를, 개발연구원은 경품용 상품권 지정을 각각 맡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50여 명의 수사관을 보내 6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해 게임기와 상품권 지정 관련 보고서, 문화관광부나 업체들과 주고받은 각종 서류와 회계장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상품권 발행사 관계자 20여 명의 출국금지도 법무부에 요청했다.

◆ "외압설 규명이 핵심"=검찰은 영등위와 개발원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이권사업에 대한 인.허가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정치권이나 업체 등의 외압이나 로비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민간기구인 영등위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게임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청탁전화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또 영등위 일부 위원과 임직원이 심의 대상인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단서도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영등위로부터 등급을 받는 것 자체가 사후에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기를 쓰고 로비를 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개발원이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된 2004년 12월부터 심사를 맡았고, 지난해 7월 상품권 지정제로 바뀐 뒤 발행업체를 직접 지정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업체와의 결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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