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1)―90아시안게임 증종별 총점검|레스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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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4년 LA올림픽에서 김원기(김원기·삼성생명) 유인탁(유인탁)의 금메달획득으로 폭발된 한국레슬링의 잠재력은 86아시안게임 9체급 금메달, 88서울올림픽 세계2위(금2·은2·동메달5개) 등으로 찬란한 불꽃을 피워 올리더니 89년 마침내 자유형48kg급 김종신(김종신·삼성생명)이 숙원이던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석권, 80년대 한국스포츠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어느 종목보다 뚜렷한 족적을 남긴 레슬링은 90년대의 벽두 경오년(경오년)부터 세찬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아직도 한국의 힘겨운 벽인 소련을 뛰어 넘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으며 당장 눈앞에 닥쳐 온 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노리는 이란·북한·일본·몽고등의 세찬도전을 뿌리치며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고수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
협회는 우선 오는9월 북경에서 벌어질 제11회아시안게임에서 최소한 5개의 금메달을 획득, 종합1위를 고수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유망체급 중심의 집중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협회가 전망하는 금메달가능 체급은 한국이 강세인 그레코로만형에서 지난해 7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체급인 52kg급 안한봉(안한봉·한체대), 57kg급 김진완(김진완·주공), 62kg급 허병호(허병호·삼성생명), 82kg급 김상규(김상규·코리아스파이서) 등 4개와 자유형에서 89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인 48kg급 김종신과 57kg급 노경선(노경선·주공), 68kg급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박장순(박장순·한체대) 등이 1∼2개의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예상돼 최소한 5개의 금메달을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코로만형은 이란·일본·인도등이 무섭게 따라붙는 추세에 있으며 자유형은 한국·북한·일본·몽고등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해 메달전선은 극히 불투명하다.
더욱이 공산권인 북경에서 벌어지는 경기여서 북한의 기세가 어느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한국의 메달획득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자유형 경량급 (48kg, 52kg, 57kg, 62gk급)에서 아시아 및 세계정상의 실력을 과시해 왔으며 특히 48kg급과 57kg급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두 세차례 석권한 선수들이 그대로 건재한 상태다.
따라서 한국의 호프 김종신이 비록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북한의 이학선을 4-2로 눌러 금메달을 따냈으나 북한은 이외에도 김철환(87세계챔피언)등 비슷한 기량의 선수가 서너명 포진하고 있어 우승을 장담할 입장이 못된다. 또 57kg급에서 북한은 무적의 챔피언 김영식을 보유, 확실한 금메달감으로 점쳐 놓고 있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노경선의 고전이 예상된다.
그밖에 서울올림픽 자유형에서만 금메달2개를 따낸 일본(48kg·52kg급)과 호메이니 사후 또 다시 레슬링붐이 일고 있는 이란등이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에서 한국의 메달을 잡아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협회는 아시아레슬링의 판도를 예측, 88년이후부터 「한차원 높은 기술습득」을 목표로 동구권전지훈련·한소대표팀 합동훈련등으로 이에 대비해 왔다.
특히 대표팀외에 20세미만의 꿈나무들을 신갈전용체육관에 합숙시키며 꾸준히 저변확대를 꾀함으로써 80년대의 영광을 이어갈 만반의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여기에다 협회는 그동안닦은 국제레슬링계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끝에 아시아레슬링협회 회장국 (회장 김창규 협회국제이사)이 됐고 FILA(국제레슬링연맹)심판위부위원장(김익종기술이사)에 오르는등 막강한 위치를 확보해 놓고 있다.
이같은 여건을 바탕으로 한국레슬링은 90년대 세계정상인 소련을 넘어선다는 야심찬 장기전략을 세운 것이다. 한편 협회는 현재 진행중인 남북한 단일팀 구성안이 합의에 도달할 경우 한국은 그레코로만형에서, 북한은 자유형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북경대회 제패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 이의 추진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협회 강창선(강창선) 전무는 『남북 레슬링인들은 과거 수 많은 국제대회에서 만날때마다 돈독한 우의를 다져왔다』고 말하고 『서로가 체급별로 선수간의 우열을 명확히 알고 있는 만큼 단일팀 구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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