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합격 '수리 감각'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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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차 교육 과정과 창의 사고력

2000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7차 교육 과정의 목적은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다. 21세기를 이끌어 갈 미래 지도자를 배출하려는 것이다. 21세기 사회는 지식 기반의 정보화 사회로 특징 지을 수 있다. 단순 지식인의 무한정 배출보다 주도적으로 지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7차 교육 과정의 핵심에 따라 개개인의 창의 사고력 개발이 요구된다. 창의 사고력이란 교과서 기본 원리를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특목고나 대입에서 다루어지는 창의사고력을 수학이나 영어처럼 특정 과목으로 한정 짓기는 무리지만, 실용 수학 개념의 수리적 감각이 부쩍 요구되고 있다.

문제 해결력과 창의적 사고력.비판적 사고력.논리 및 추론 능력.의사 소통 능력 등 다방면을 통합 평가하는 창의사고력은 글로벌 리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창의사고력과 특목고

7차 교육 과정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곳이 외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다. 서울과 경기권 외고를 중심으로 종합 사고력 평가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권의 구술 면접과 경기권 학업적성 검사는 겉보기에 평가 과목이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기출 문제 위주로 살펴보면 점점 과목의 구분이 애매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의사고력이란 특출난 아이디어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해 폭넓은 사고력과 참신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각 대학별 논.구술 예시 문항도 마찬가지다. 문제 유형이나 해결 방법이 유사하다. 특목고 준비는 곧 대입 준비인 셈이다.

서울권 외고 구술 면접은 언어.외국어.시사성 사회.창의사고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0~12문항으로 구성되지만 학교마다 과목별 문제 배정수는 다르다. 시사성 사회는 1문제 정도 출제돼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창의사고력은 평균 4문제가 출제된다.

◎2006학년도 한영외고 특별 전형 구술면접 기출 문제

어떤 사람이 매일 새 셔츠를 입고 출근한다. 이 사람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세탁소에 들러 전주 일요일 출근길에 맡겨 놓은 셔츠를 찾아간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최소 몇 벌의 셔츠를 갖고 있을까.

▶ 식지 않는 특목고 열기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수 많은 자질 중 언어는 단연 필수다. 어학 연수를 다녀오거나 국내에서 독학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정규 교과 과정을 마친 후 연수를 다녀오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특목고 중 외고는 영어를 기본 외국어로 3년간 수업한다. 영어 상용화 정책으로 3년 내내 영어로만 수업 또는 생활하는 학교도 속속 늘고 있다. 영어 토론, English Zone 운영, 해외 연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 영어 감각을 잃지 않도록 정책화되어 있다. 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 영어 외 자기 전공 언어를 선택해 영어와 마찬가지로 3년간 습득한다. 졸업할 땐 2~3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연세대는 송도 신도시에 새로운 캠퍼스를 세울 예정이다. 새 캠퍼스에서는 전공을 정하지 않은 1, 2학년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수업은 물론 기숙사 내 상용 언어는 영어다. 고려대는 자매 결연을 맺은 해외 대학에서 1년간 학점을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해도 학교에서 정한 필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졸업이 어렵다.

최근 특목고의 해외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고등학교는 특목고에 비해 학업 성취도의 분포가 매우 넓다.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섞여 있다. 그러나 특목고는 성적이나 목표가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고 선택 강의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시간표를 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정규 수업 이후 진행되는 선택 강의는 각 과목이 단원과 수준별로 세분화돼 실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3학년도 실력이 부족하면 1학년 단원으로 심화 학습을 할 수 있고, 잘하는 과목은 선행도 한다. 수업 준비는 모두 과목 담당 교사가 직접 하며 교재도 손수 제작한다. 강의 평가나 수강률이 좋지 않으면 폐강되기도 하므로 교사의 열의도 대단하다.

▶ 특목고 준비는 이렇게

민사고 영재판별 검사 준비만 하면 외고 진학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각 학교의 출제 유형은 전혀 다르다.

영재판별 검사는 6시간 가량 2개 분야로 나누어 실시한다. 언어나 사회는 에세이를 작성하게 하기도 한다. 반면 대부분의 수도권 외고는 30~60분간 10~20문항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통합교과 형태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당연히 문제 난이도와 원하는 답, 풀어내는 방법이 모두 달라 준비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외고나 자사고 전략을 세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 후 전문가 상담을 통해 맞춤 전략을 완성할 수 있다. 민사고 혹은 외고 준비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프 라인.온 라인 모두 시행하는 곳이 많다. 일반 모의고사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가 많이 다뤄진다. 학교 모의고사에서 전국 20등을 하던 학생도 자사고(외고) 모의고사에 응시하면 100등이 될지도 모른다. 전문화된 모의고사에 응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전국 모든 학생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전교 1등들과 겨루는 셈이다.

위치 확인이 되면 전문가와 상담하라. 전교 회장 경력이 있다고 모든 학교의 학교장 추천에서 유리한 게 아니다. 내신이 좋지 않다고 모든 일반 전형에 지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객관적인 정보와 실력으로 전형과 학교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시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은 서서히 중학교 교과서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가 그림이나 공식 위주였다면 중학교는 증명 같은 원리 이해가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국제중에 진학할 6학년은 독서토론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선행보다는 교과서 위주의 창의력 연습을 많이 하고 온 라인 모의고사에도 응시해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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